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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심각 단계 격상, 적막감 흐르는 WKBL 무관중 경기 "선수단 보호 강화"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2-23 18:07


사진제공=WKBL

[용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23일, 용인 삼성생명과 부산 BNK의 2019~2020 하나원큐 여자프로농구 대결이 열린 용인실내체육관.

경기장 근처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이 흘렀다. 농구장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같았으면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을 경기장. 하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오히려 경기장 출입구부터 삼엄한 경계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경기장 풍경이다. 지난 21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무기한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WKBL은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고려해 긴급 조치를 취했다.

관중 없이 치르는 경기. 한 차례 경험이 있는 BNK 선수단은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BNK는 지난 21일 부천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무관중 경기를 했다. 생애 첫 무관중 경기에 나서는 삼성생명 선수단은 "이런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벤치를 지키는 코칭스태프도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무관중 경기는 처음이다. 연습 경기와 같다. (어색하지만) WKBL에서 심각성을 고려한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유영주 BNK 감독은 "프로는 당연히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팬들이 안 계시니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내 목소리가 선수들에게 바로 전달된다. 선수들이 훈련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WKBL은 프로 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무관중 경기를 확정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경기 운영 및 구단 수익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구단은 시즌권 구매자 환불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시즌권 구매자들께 문자로 현재 상황에 대해 안내를 드렸다. 환불 조치는 3월 중 결정해 재공지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관중 경기 파급력은 크다. 농구장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평소와 비교해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이벤트 팀 등도 당장 일감이 끊길 수 있는 상황. 인천 신한은행은 치어리딩 운영 등을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운영팀과는 한 시즌 동안 계약을 했다. 상생과 협업을 고려해 무관중 경기 기간에도 동일하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전 최우선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한편,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으로 격상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행사금지 등 강력한 강제조치가 가능한 최상위 단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규모 행사를 금지할 수 있다.


이병완 WKBL 총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심각 단계로 격상된 만큼 선수단 보호에 더 힘을 쏟고 있다. 각 구단별 외출 금지 자제 확대 등 기존 매뉴얼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 당장 리그 중단 및 축소는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치와도 호흡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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