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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문규 감독의 논란만 키운 해명, 선수들은 올림픽 진출에도 부끄러웠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2-11 18:20


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기사를 읽지 못했다."

이문규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 감독이 내놓은 답이다.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최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끝난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승2패를 기록, C조 3위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한 팬은 '혹사논란 이문규 OUT' 문구를 꺼내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이 남성팬은 "팬 입장에서 대한민국농구협회에 할 말이 많다. 선수들을 위한 자리인 만큼 고민 중이기는 한데, 이러한 문구를 만들어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은 이렇다. 한국은 무려 12년 만에 올림픽 진출을 노렸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대회는 당초 중국 포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때문에 급박하게 개최지가 바뀌었다. 상대도 쉽지 않았다. FIBA(국제농구연맹) 랭킹 19위인 한국은 스페인(3위), 중국(8위), 영국(18위)과 한 조에서 격돌했다.

한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만만한 상대인 영국과의 경기에 올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영국을 제물로 1승을 챙겼다. 하지만 스페인에 37점차, 중국에는 무려 40점차의 대패를 당했다. 자력진출은 불가했다. 결국 최종전에서 스페인이 영국을 제압한 뒤에야 올림픽 진출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혹사 논란'이 불거졌다. 영국전에서 강이슬 김단비 박혜진 등 주전 3명이 40분 풀타임을 뛰었다. 중국에 대패하는 동안에도 주전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화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 감독은 "혹사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장기전도 아니고 올림픽 출전권을 위해선 한 경기라도 이겨야 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죽기 살기로 해야 했다. 팀에 부상 선수가 5명 있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상대가 막판에 좁혀올 때 다른 선수들로 분위기 바꿔야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선수들이 국내 리그 경기에서도 40분을 다 뛴다. 혹사보다도 영국을 이기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 혹사 논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 선발한 선수 12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첫 날에는 3명, 다음날에는 4명밖에 연습하지 못했다. 12명이 모두 연습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설날 연휴로 사흘간 선수촌에서 밥을 못 먹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어쨌든 목표 향해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기사를 읽지 못했다. (국내 부정적 여론에 대해)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번만큼은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여자농구 부흥하려고 한 게 선수들 생각이다. 배구가 앞서서 티켓을 따 와 정신적 부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해명.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에이스' 박지수는 "이번 대회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다들 아실 것으로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은 하고 싶다. 영국전뿐만 아니라 스페인,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서 뛰는 게 좀 많이 창피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질 일도 아니고, 그렇게 질 선수들, 경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A 선수는 "올림픽에 진출해 기쁘다. 하지만 정말 기뻐해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B 선수는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믿지 못하시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영국전에는 3명이 풀타임을 뛰었다. 다른 선수들이 단 1분도 채워줄 수 없다고 보신게 아닌가 싶다. 선수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이 감독은 재신임과 관련해 "모르겠다. 내가 얘기할 수 없다.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짧게 답했다. 선수단 귀국 현장을 찾은 방 열 협회장은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감독 재신임 문제는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이사회 평가를 거쳐 정해진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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