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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복귀한 한국 여자농구, 의미와 과제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02-10 16:29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 선수단이 10일 세르바이 베오그라드에서 끝난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C조 경기에서 1승2패로 12년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후 한데 모여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한국 여자농구가 천신만고 끝에, 12년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다시 올랐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끝난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C조 경기에서 1승2패를 기록, 3전 전승을 거둔 중국과 2승1패의 스페인에 이어 조 3위로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2012년과 2016년 올림픽 최종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던 한국 여자농구는 가장 큰 국제 무대에 다시 서면서 재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다만 이번 예선전을 통해 드러난 실력으로는 올림픽 본선에서 거의 경쟁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라 남은 기간동안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됐다.

최종예선에서 체력과 실력이 떨어지는 한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만만한 상대인 영국과의 경기에 올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영국전 1승이 올림픽행을 이끌긴 했지만, 스페인에 37점차, 그리고 지역 라이벌인 중국에는 무려 40점차의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영국전에서 박혜진 김단비 강이슬 등 주전 3명이 40분 풀타임을 뛰고, 배혜윤과 박지수 등 센터진이 36분 이상 소화하는 등 단 6명이 뛰면서 체력을 모두 소진한 영향이 있었지만,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 1점차로 승리를 거뒀던 중국을 상대로 완패를 당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주전 혹사에 대해 비난을 받은 이문규 대표팀 감독은 "1승을 목표로 왔는데, 주전들이 오래 뛰지 않으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지만, 4쿼터 16점차까지 점수가 벌어졌음에도 벤치 멤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급격한 체력 저하로 막판 1점차까지 쫓길 때까지 작전타임 한번 부르지 않는 등 경기 운영이나 용병술에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센터 박지수 정도를 제외하곤 대체 자원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선수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분명 지도력의 한계라 할 수 있다. 프로농구 우승팀 감독들이 국가대표 감독을 돌아가면서 하다가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지난해 이문규 감독을 전임 사령탑으로 선발한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대한 질타도 쏟아질 수 밖에 없다. 올림픽 개막까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을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이 감독을 보좌할 코치진에 대한 보강과 함께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맞춤형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상 올림픽 본선에선 1승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림픽은 12개국이 3개조로 나뉘어서 조별리그를 치러 상위 2개팀이 8강에 오르고, 3위 3개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2개팀이 마지막으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2개국 가운데 10일 현재 한국(19위)보다 FIBA(국제농구연맹) 랭킹이 낮은 국가는 푸에르토리코(23위) 뿐이다. 랭킹 1위부터 5위까지인 미국, 호주, 스페인, 캐나다, 프랑스가 예상대로 모두 출전권을 따냈고, 10위권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10위), 나이지리아(17위) 등 3개국에 불과할만큼 벽이 높다. 따라서 이 감독이 목표로 밝힌 8강 진출과 1승 획득을 위해선 수비에 대한 짜임새와 함께 한정된 자원에서 좀 더 효율적인 선수 선발, 여기에 빠른 공수 트랜지션과 이번 예선에서 보여준 적중율 높은 외곽포 장착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본선 조 추첨은 오는 21일 실시될 예정이다.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컸지만, 어쨌든 12년만의 올림픽 진출이라는 결과는 한국 여자농구로선 호재라 할 수 있다. 특히 1980~2000년대 '여자농구 황금기'를 보낸 세대가 모두 떠나고 올림픽에 첫 선을 보이는 젊은 선수들에겐 상위 랭커 팀들과 부딪히면서 냉정하게 자신의 실력을 파악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국제 대회 성적 부진으로 인해 저변이 약화되고, 인기가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물론 한국 농구 특유의 끈끈함을 보여준다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들로부터 박수받을 수 있겠지만, 소극적이고 어이없는 플레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선수들이 실제로 모여서 훈련할 수 있는 3개월여의 기간에 한국 여자농구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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