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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붕괴된 조직력, 허 훈이 온다고 나아질 수 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1-07 17:44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설마' 이 정도까지 추락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저 선수 한 명이 빠졌을 뿐이다. 물론 그가 팀의 에이스이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농구는 조직력이 중요한 단체 스포츠다. 특정 선수의 공백이 뼈아프긴 해도 그게 팀 몰락의 원인이 되어선 안된다. 그런 팀은 전혀 강팀이라 부를 수 없다. 선수 개인 뿐만 아니라 벤치의 각성 역시 심각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 KT의 끝 모를 몰락에 관한 이야기다.

흔히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부르듯, 농구도 '가드 놀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 하지만 아무리 가드의 역할이 중요해도,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팀원 각자가 역할에 충실하면서 전체적인 조직력이 갖춰져야만 다른 팀을 이길 수 있다. 기본적인 원리다.

이 원리를 약간 변용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주요 선수가 빠질 경우, 전력 약화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관건은 이때 나머지 선수들이 어떻게 그 빈자리를 메워주느냐에 달려있다. 핵심 선수가 빠지기 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진짜 경쟁력 있는 강팀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 KT는 강팀과는 거리가 멀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부실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 역할을 하던 허 훈 한 명이 부상으로 빠졌을 뿐인데, 팀 조직력 전체가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다. 초반에 벌어놓은 승수 덕분에 하위권까지 밀리지는 않았지만, 경기력 자체만 보면 하위권 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시즌 초반 선두권 경쟁을 펼치던 때가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KT는 지난 6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주 DB와의 원정경기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58대96으로 무려 37점이나 차이가 났다. 이는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점수차였다. KT가 이번 시즌 최다점수차 패배의 불명예를 기록한 셈이다.

원래 이렇게 까지 차이가 날 매치는 아니었다. 두 팀은 이 경기 전까지 5, 6위에 올라 있었다. 나름 중위권에서 팽팽히 맞설 전력이라는 뜻. 그러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KT는 어느 하나 DB보다 나은 게 없었다. 잦은 턴오버와 극도로 낮아진 야투 성공률, 불필요한 패스. 사라진 속공 등 안 좋은 모습이 무더기로 쏟아진 결과. 경기 후 서동철 감독이 한동안 침묵한 끝에 "팬들에게 죄송하다. 내 책임이다"라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실 KT의 부진은 이날 뿐만이 아니었다. 서 감독 역시 이날 기록적인 대패를 당했다고 사과한 게 아니다. 그간 누적된, 정확히는 허 훈의 부상 이탈 후 생긴 팀의 갑작스러운 몰락에 대해 스스로 큰 책임감을 느꼈던 것이다. KT는 이번 시즌 매우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7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3위까지 올라왔지만, 이후 허 훈이 다치면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처음에는 김윤태 등 백업 가드진과 선수들의 패기로 극복하려 했지만, 이제는 선수들마저 자신감이 깨지면서 소위 '멘붕'에 빠져 있는 상태다.

6연패로 추락하다 '농구영신' 매치에서 졸전 끝에 간신히 창원 LG를 꺾었지만, 기본적인 경기력이나 조직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후 또 2연패에 빠져 있다. 공격에서는 확실한 루트가 보이지 않는다. 수비는 우왕좌왕만 하다 안팎에서 빈틈을 쉽게 열어준다. KT의 경기당 실점은 KBL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유일하게 80점대 실점을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계속 허 훈의 복귀만 바라보고 있다. 다행히 허 훈은 이제 재활을 마치고 실전 투입 시기를 조율 중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부상 이전의 기량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허 훈이 돌아온다고 해도 KT가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허 훈은 이제 막 A급 반열에 오른 선수다. 경험이나 그간 만들어낸 성과가 아직은 부족하다. 성장해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이런 허 훈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한 KT의 전력을 이전처럼 돌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KT에 필요한 건 허 훈의 복귀 뿐만이 아니라 확실한 조직력 재정비 시도일 듯 하다. 강력한 한 수가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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