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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설마' 이 정도까지 추락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저 선수 한 명이 빠졌을 뿐이다. 물론 그가 팀의 에이스이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농구는 조직력이 중요한 단체 스포츠다. 특정 선수의 공백이 뼈아프긴 해도 그게 팀 몰락의 원인이 되어선 안된다. 그런 팀은 전혀 강팀이라 부를 수 없다. 선수 개인 뿐만 아니라 벤치의 각성 역시 심각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 KT의 끝 모를 몰락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 KT는 강팀과는 거리가 멀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부실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 역할을 하던 허 훈 한 명이 부상으로 빠졌을 뿐인데, 팀 조직력 전체가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다. 초반에 벌어놓은 승수 덕분에 하위권까지 밀리지는 않았지만, 경기력 자체만 보면 하위권 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시즌 초반 선두권 경쟁을 펼치던 때가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KT는 지난 6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주 DB와의 원정경기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58대96으로 무려 37점이나 차이가 났다. 이는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점수차였다. KT가 이번 시즌 최다점수차 패배의 불명예를 기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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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패로 추락하다 '농구영신' 매치에서 졸전 끝에 간신히 창원 LG를 꺾었지만, 기본적인 경기력이나 조직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후 또 2연패에 빠져 있다. 공격에서는 확실한 루트가 보이지 않는다. 수비는 우왕좌왕만 하다 안팎에서 빈틈을 쉽게 열어준다. KT의 경기당 실점은 KBL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유일하게 80점대 실점을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계속 허 훈의 복귀만 바라보고 있다. 다행히 허 훈은 이제 재활을 마치고 실전 투입 시기를 조율 중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부상 이전의 기량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허 훈이 돌아온다고 해도 KT가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허 훈은 이제 막 A급 반열에 오른 선수다. 경험이나 그간 만들어낸 성과가 아직은 부족하다. 성장해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이런 허 훈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한 KT의 전력을 이전처럼 돌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KT에 필요한 건 허 훈의 복귀 뿐만이 아니라 확실한 조직력 재정비 시도일 듯 하다. 강력한 한 수가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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