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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기분이 이상한데요."
하지만 여전히 우승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KB국민은행 본사 건물에 걸린 우승 사진을 본 뒤에야 '아, 우리가 정말 우승했구나' 싶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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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3년 차. 올해는 뭔가 달랐다. 박지수는 올 시즌 역대 최연소, 최소경기 1000리바운드와 최연소 100스틸 등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트리플더블도 두 차례나 달성했다. "진짜 신기했어요. 최연소 기록을 썼다고 하셔서 '내가 정말?' 싶었어요."
빠르게 말을 이어가던 박지수가 잠시 뜸을 들였다. 말을 고른 박지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주변에서 '너는 어린 나이에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다'고 말씀 주셨어요.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이루고 싶은 게 많아요. 음, 우선 선배들의 기록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고 싶어요. 그리고 득점상이요. 제가 어시스트상도 받았는데, 득점상은 못 받아봤거든요."
박지수에게는 득점상에 얽힌 아픈 기억이 있다. "사실 제가 득점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중학교 때였어요. 아빠가 득점상을 타면 제가 하고 갖고 싶은 것을 사준다고 했어요. 카메라가 갖고 싶었거든요. 눈에 불을 켜고 했죠. 하지만 욕심이 생기니까 오히려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서 막 울었어요. 속상해서요. 제 약점이 공격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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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 누리는 휴가. 박지수는 어머니와 함께 태국 방콕으로 향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그 다음 행선지는 미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뛰었다. 올 시즌에도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대통령, 과학자 등 큼직한 것을 적잖아요. 제게 '미국에 가서 농구하는 것'은 그와 똑같은 거였어요. 안덕수 감독님과 구단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맞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기회가 주어지면 도전하고 싶어요. 지난해에는 준우승을 하고 갔지만, 올해는 우승하고 가는 거잖아요. 자신감을 갖고 가니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쉬운 길은 아니다. 박지수는 지난해 WNBA 무대에서 눈물을 쏙 뺐다. 처음으로 '벤치 신세'를 경험했다. 차가운 현실도 맛봤다.
"코네티컷 원정이었어요. 자유투를 쏘려고 하는데 야유가 정말 심하더라고요. 다른 선수들을 향한 야유와는 차원이 달랐어요.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가', '신인이라 기를 죽이려고 하나'. 자유투를 쏘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울 뻔 했어요, 너무 속상해서. 자유투를 던지고 싶지도 않았다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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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태해질 틈이 없다.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했을 때였어요. 그때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어떤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을 때였죠. 그저 위성우 감독님의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따라가기 벅차다는 생각만 했었어요. 그런데 나이지리아와의 예선 첫 경기를 마치고 '나도 꼭 올림픽을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의 시선을 바꾸고 싶었어요. 당시 많은 분께서 '너희는 어차피 안 돼 '라고 예상하셨거든요."
벌써 4년이나 지난 일. 하지만 박지수에게는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듯했다. 눈시울이 조금씩 불거졌다.
"죽기 살기로 했어요. 정말 꼭 이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2차전에서 승리한 뒤 8강에 갔는데, 마지막에 패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또 울었어요. 간절했는데 지니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이제는 저도 알아요. 꼭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요. 그때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을 생각했어요. 벌써 코 앞이네요."
박지수의 농구 욕심은 끝이 없다. 한국과 미국, 소속팀과 대표팀을 넘나들며 매일매일 새 역사를 쓰고 싶다. "제가 여기서 그만 둔다면 그저그런 선수가 되겠죠? 저는 제 직업에 만족도가 정말 높아요. 이 일에 자부심도 있고요. 아직 이루고 싶은게 많아요. 다 이룬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뭐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몰라요.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요." 에이스의 포부는 당찼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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