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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 KBL리그 안양 KGC와 전주 KCC의 경기가 12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렸다. KCC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안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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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늘 '너는 슛이 좋으니까 자신있게 던져라'고 해주신다"
지난 2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는 이변이 펼쳐졌다. 리그 6위 전주 KCC가 리그 1위이자 시즌 13연승으로 무섭게 질주하던 리그 1위팀 울산 현대모비스를 원정경기에서 꺾은 것이었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시즌 4번째 패배였다. 이 승리로 KCC는 5위 창원 LG에 0.5경기차로 따라붙으며 순위 상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바로 KCC 포워드 정희재였다. 정희재는 이날 3점슛 4개를 포함해 18득점 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4개의 3점포와 18득점은 모두 정희재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8리바운드 역시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 한 마디로 정희재가 이날 자신의 베스트 기량을 펼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희재는 이날 경기 후 자신의 득점력 향상 원동력이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의 격려에서 나왔다는 식의 인터뷰를 했다. 그는 "감독님이 항상 슛이 좋다며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덕분에 오늘 경기에서 더 자신있게 던진 것 같다"고 했다.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오그먼 감독의 격려에 한껏 고무된 듯 했다.
결과적으로 KCC의 '거함 격침' 사건의 실질적 배후는 오그먼 감독이었던 셈이다. 코치에서 감독대행을 지나 정식 감독으로 취임하며 오그먼 감독의 리더십도 점점 더 팀에 정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그먼 감독은 이번 시즌 추승균 전 감독을 보좌하는 위치였다. NBA 톱스타 출신인 오그먼 감독은 주로 외국인 선수 관리와 지시 등 한정적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11월 중순 추 전 감독이 물러나면서 감독 대행 역할을 맡게 됐다.
이전보다는 역할이 커졌지만, 그래도 '감독 대행'은 불안한 위치다. 한 지휘자가 팀의 컬러를 새로 바꾸려면 아무리 적어도 훈련 기간을 포함해 풀타임 한 시즌은 필요하다. 시즌 도중 지휘관이 되어서는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구단 역시 이런 오그먼 감독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도박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로 KBL의 무기한 등록자격 불허 징계를 받은 전창진 전 감독을 팀에 영입하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KBL이 승인하지 않아 결국 무산된 시도지만, 오그먼 감독의 입지를 흔들 뻔 한 하책 중 하책이었다.
결국 KCC는 뒤늦게 오그먼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시즌 전체를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오그먼 감독 역시 정식 감독이 된 후 보다 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선수들도 오그먼 감독과 교감의 폭을 넓히며 이전보다 한층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모비스를 꺾은 건 결국 오그먼 감독과 선수들의 케미스트리가 제대로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KCC가 앞으로 리그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 같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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