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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감독들의 반복된 실수, 사령탑은 검증하는 자리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8-11-21 06:00


개막 미디어데이에 한 자리에 모인 10개 구단 감독들. 사진제공=KBL

실수를 반복하는데,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모호하다.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집스럽게 자신의 스타일을 반복한다. 제대로 된 고민을 하는 지도 의심스럽다.

10개 구단 남자 프로농구 감독들의 현실이다. 물론 수많은 팀 내외적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해결 방법은 너무나 효율적이지 않다.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받는 모비스 유재학, 오리온 추일승 감독을 보자.

유 감독은 그나마 '열려 있는' 감독이라 평가받는다. 농구 팬 사이에서는 '완고한 원칙주의자'의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 그는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상당히 개방적이다. 혈연, 지연,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올 시즌 몇 가지 실수를 반복했다. 일단 양동근의 '중용'이다. 노쇠화가 진행된 상태다. 여전히 노련하지만, 외국인 선수를 1대1로 막기는 역부족이다. 그의 노쇠화에 대한 결정적 장면은 김선형과의 매치업이다. 예전에는 강한 압박으로 '공격적 수비'를 했지만, 지금은 김선형이 여유있게 스피드로 제친다. 모비스는 1라운드 KCC전, SK전에서 고전했다. 이대성을 놔두고 양동근에게 상대 메인 가드 마키스 티그, 김선형을 맡게 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수정했다. 게다가 골밑의 파울 콜이 터프해진 상황에서 오히려 트리플 포스트 시스템(라틀리프 이종현 함지훈)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맞지 않는 방법이다. 결국 몇 차례 사용 후 폐기했다.

추일승 감독은 '프로 의식'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모비스의 비시즌 운동인 수비 스텝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부분에 대해 부정적이다. "일일이 잡아줄 수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고관절 강화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국내 프로선수들은 비 시즌 기술을 익혀오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오히려 몸을 만드는데도 급급하다. 이런 현실에서 추 감독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리그 경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팀들이 체계적으로 비시즌 스킬 훈련 프로그램을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추 감독의 비 시즌 준비는 예상과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비스와 달리 선수들의 준비도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두 감독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고민을 하고, 대책을 세운다.

자진사퇴 형식으로 사실상 경질된 KCC 추승균 감독은 마키스 티그를 중심으로 한 '스몰 라인업'에 상당히 인색했다. 높이를 너무나 중요시 하는 바람에 브라운을 무조건 1옵션을 사용했다. 상대 팀에 따라서 KCC는 티그, 이정현, 송교창을 중심으로 한 스몰 라인업을 가동할 만 했지만, 변화가 그다지 없었다. 때문에 브라운 의존도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 기량은 리그 가드 중 최고인 티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하승진이 부상 당하자, KCC가 고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결국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 대행이 부임한 뒤 KCC는 스몰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LG 현주엽 감독은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다. 김시래와 그레이의 공존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배를 거듭한 뒤 궁여지책으로 두 선수를 사용한 뒤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상대가 가장 껄끄러워 하는 부분이 김시래와 김종규 & 메이스, 그레이와 김종규 & 메이스의 끊임없는 2대2 공격이다. 수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두 선수를 동시에 기용할 수 없다는 시즌 전 판단. 하지만 비 시즌 연습 때 어떤 '테스트'를 했는 지 궁금하다. 한 시즌의 가장 큰 틀을 시즌 중에 바꾼다는 것은 비 시즌 준비가 그만큼 소홀했다는 의미다. 결국 농구 팬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LG의 가장 큰 불안함은 '현주엽 감독'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과 KGC 김승기 감독은 용산중, 용산고의 농구 철학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용산고의 농구 컬러 중 하나가 '슛이 좋은 선수, 터프한 몸싸움을 하는 선수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물론 필요한 부분이지만, 프로구단을 운영할 때 수많은 약점을 노출한다.

그만큼 선수에 대한 호불호가 생긴다. 프로에서 실제 활용할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감독은 가지고 있는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감독의 선호도에 따라서 선수를 고르게 되면, 그만큼 팀내 옵션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허 재 전 대표팀 감독 역시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대표팀을 보면 라틀리프의 골밑과 외곽의 슈터를 선호한 선수 선발.

전자랜드의 경우, 박찬희와 김낙현의 주전, 비주전 구분이 모호하다. 출전 시간에 큰 차이가 없다. 박찬희의 수비와 리딩을 감안하면, 당연히 붙박이 주전 포인트가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슈팅이 부족하다. 때문에 김낙현을 선호한다. 그런데, 팀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승부처에서 정확히 게임을 조율해야 할 포인트가드가 고정적이지 않다. 때문에 선수단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감독의 선호에 따라 팀이 마이너스 영향을 받는다. 박찬희의 슈팅 문제 때문에 공격 옵션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박찬희의 리딩과 수비의 장점과 득점의 약점에 대한 득실 마진을 따져야 할 문제다.

김승기 감독은 어엿한 '우승후보' KGC를 '언더독'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단, 매킨토시는 실패작이다. 언젠가 바꿀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계속 데리고 간다. 오세근과 양희종, 그리고 강력한 롤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KGC다. 즉, 적당한 센터 외국인 선수와 지금의 컬페퍼 정도의 기량을 갖춘 단신 가드가 결합하면, 모비스를 충분히 위협할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 매킨토시를 고집하면서, 스몰라인업을 운영하면서 '언더독'으로 전락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오세근과 양희종 그리고 컬페퍼의 부담감이 가중되면서 부상 위험도도 그만큼 올라간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오세근과 양희종이 시즌 막판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정작 중요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출전시간을 조절하면서 벤치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전성현, 배병준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기회를 주고 공격옵션을 준다. '뚝심'과 '고집'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삼성 이상민 감독의 영민함은 10개 구단 감독 모두가 인정한다. 그런데, 강한 '의지'가 부족하다. 추상적 표현이었다면, 좀 더 구체적 예가 있다.

김태술과 문태영은 경기력이 엉망이다. 수비에서 허점이 너무 많다. 최근 경기를 조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두 선수를 동시에 투입한다. 유진 펠프스 역시 공격력은 강하지만 수비의 강한 활동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때문에 승리의 기본 요소인 수비가 무너진다. 지난 20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결장한 로건. KT는 1명의 외국인 선수만 뛰었다. 그런데, 삼성은 또 다시 김태술과 문태영을 스타팅으로 기용했다. 상당히 많이 뛰는 KT에게 수많은 수비 약점을 내줬다. 결국 3쿼터에 승패는 결정됐다. 100점 이상을 실점했다.

객관적 전력이 약한 삼성이다. 많이 뛰어야 하고, 수비에 대한 약점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하지만, 거꾸로 간다. 김태술과 문태영을 중용하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다. 이상민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팀 컬러의 확실한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다. 즉, 현실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결과를 낸다.

SK 문경은 감독은 지난 시즌 우승으로 지도력에 대한 '재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선택은 헤인즈. 헤인즈까지도 괜찮다. 문제는 단신 외국인 선수를 헤인즈가 추천한 오데리언 바셋을 데려왔다. "몸값에 맞는 적당한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이 선택은 너무 '쉬웠다'. 시즌 초반 SK가 부진했던 핵심 원인은 바셋이었다. 최근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여전히 헤인즈 중심의 농구라는 '쉬운' 선택이 절체절명의 플레이오프에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DB 이상범 감독과 KT 서동철 감독은 지난 시즌과 올 시즌 프로농구의 새 바람을 불어넣는 감독으로 평가된다. 대부분 농구 전문가들이 "올해 KT에서 지난 시즌 DB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두 감독의 최대 장점은 완벽히 '열려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농구를 고집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선수를 쓰려고 한다. 서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초보가 무슨 농구 철학이 있나"라고 했다. 원칙은 있지만, 고집하지 않는다.

모든 감독들은 팀내 수많은 딜레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농구 원켑터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이유. 사령탑은 자신의 원칙을 '실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검증'하는 자리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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