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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정이 띄엄띄엄 있어서…"
보통 국제대회에서 점수차가 이처럼 크게 날 경우에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쪽으로 선수 기용이 이뤄진다. 라건아나 이승현이 30분 이상씩 뛴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팀에서 30분 이상 소화한 선수는 자마르 존슨(31분5초)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 감독의 노림수가 담겨 있었다. 대회 직전에 갑자기 경기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예선전 중간에 무려 5일의 휴식기가 들어간 점을 감안한 것이다. 1차전 대승을 거둔 한국은 16일에 몽골과 2차전을 치른 뒤 5일 휴식을 거쳐 22일에 태국과 3차전을 치르게 됐다.
때문에 허 감독은 부담이 적은 예선전 초반에 주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가능한 늘려서 역으로 8강전 이후의 경기 체력을 늘리는 식의 선수 운용을 하고 있다. 주전급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빠르게 끌어 올리려는 의도도 담겼다.
일단 경기 일정에도 여유가 있는데다 무엇보다 훈련장 환경이나 스케줄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이 자카르타 현지 도착 후 지난 13일에 치른 공식 훈련시간은 채 50분에도 못 미쳤다. 오후에 예정된 훈련 시간이 당일 오전에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때문에 허 감독은 "경기를 소화할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선전은 가능한 주전선수 위주로 경기를 치를 생각이다. 일정도 띄엄띄엄 있어서 그 부분을 감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예선전을 일종의 '훈련 시간'으로 삼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메달 2연패를 위한 허 감독의 '큰 그림'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