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집중분석] 현역 최고센터 KB 박지수, 풀어야 할 2가지 약점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8-03-18 09:07


박지수가 현역 최고의 센터, 더 나아가 여자농구의 미래를 이끌 선수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올 시즌 KB의 에이스로 잘하는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절대적 기량의 측면에서 박지수는 여전히 많은 약점이 존재한다. 사진제공=WKBL

KB 박지수는 확실히 성장했다.

리그 최고의 토종 센터다. 1대1로 막기 어려운 선수로 성장했다.

KB를 챔프전으로 이끈 핵심이다. 큰 무대인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다. 매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 14득점, 1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챔프 1차전에서도 16득점, 13리바운드.

그의 강점은 여러가지다. 일단 뛰어난 신체조건과 농구 센스, 그리고 좋은 운동능력 등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

1m93의 큰 키, 센터치고는 좋은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경기를 읽는 능력과 블록슛 센스 등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1대1로는 막기 힘든 센터로 성장했다.

기술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일단 림 3~4m 지점에서 던지는 미드 레인지 점퍼가 매우 정확하다. 부드러운 슛 터치와 함께 슛을 던질 때 슈팅 밸런스가 매우 좋다.


여기에 좋은 테크닉 하나가 가미돼 있다. 포스트 업 동작에서 상대의 몸을 한 번 툭 친다. 순간적으로 공간이 만들어지는데, 이 스페이싱을 이용해 점프, 페이드 어웨이 슛을 던진다. 슛을 올라가는 타이밍, 던질 때의 슈팅 릴리스, 그리고 밸런스가 완벽하다.

하지만 마냥 칭찬하기에는 약점도 많다. 공수의 대표적 약점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박지수는 슛 거리가 길지 않다. 이 부분은 현 시점에서 그렇게 큰 약점은 아니다. 박지수가 정통센터가 될 지, 스페이싱을 활용하는 포워드 형 센터가 될 지는 선택해야 할 문제다.

포워드 형 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슛 거리를 늘리고, 순발력을 더욱 키워서 내외곽을 오가야 한다. 시간이 걸린다. 포워드 형 센터가 되더라도 정통센터가 갖춰야 할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포스트 업 능력과 함께 거기에 따른 기술이 필요하다. 즉, 필요한 포스트 업의 스텝, 그리고 훅슛 장착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없다.

WKBL 해설위원들의 해설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박지수를 최대한 림 바깥으로 밀어내야 하고, 3점슛 라인 근처에서 박지수에게 슛을 강요하는 수비를 하면 '수비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 시점에서 박지수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짚은 얘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부'같이 연약한 KBL 콜에 비해, WKBL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심판콜 자체가 몸싸움에 관대한 면도 박지수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센터로서 박지수의 공격 기술은 단순하다는 점이다. 높이의 우위를 활용한 골밑 득점, 혹은 순간적 돌파 이후 던지는 3~4m 지점의 미드 레인지 점퍼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보다 신체조건이 좋은 상대를 만나거나, 상대 강력한 수비에 림에서 밀려날 경우, 공격 효율성은 떨어진다. 우리은행 해리스가 박지수를 마크했을 때 골밑에서 박지수의 공격 움직임은 소극적으로 변한다. 김정은의 치열한 자리다툼에 고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즉, 센터가 갖춰야 할 골밑에서의 스텝, 그리고 훅슛 장착 등 기본적 공격 기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박지수는 높이와 좋은 블록슛 센스를 지니고 있다. 즉, 세로 수비 능력은 충분히 뛰어나다. 하지만 가로 수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가 돌파를 하거나 순간적으로 2대2를 할 때 수비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챔프 1차전 승부처에서 박지수의 약점이 드러났다. 1분40여초를 남기고 어천와가 3점슛 중앙 부근에서 스크린을 걸었다. 임영희가 스크린을 받고 왼쪽으로 움직였다. 이때 어천와는 순간적으로 골밑으로 이동했고, 깨끗한 2대2 공격이 성공했다. 이때 박지수의 위치는 임영희와 어천와의 중간.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천와의 돌파를 전혀 ?아가지 못했다.

단지 박지수의 순발력이나 수비 위치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는 박지수의 약한 수비 스텝, 정확히 사이드 스텝의 미숙함이 핵심이다.

습관적으로 상대 공격수가 돌파할 때 미드 레인지 지역에서 골밑으로 이동할 때 순간적으로 러닝 스텝을 쓴다. 중심이동 자체가 불안해지고, 블록슛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박지수의 이런 약점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NBA 신예 괴물센터 조엘 엠비드의 움직임을 적극 참고할 만하다. 운동능력이 좋지만, 민첩한 가드를 따라갈 순 없다. 그에게 매우 좋은 습관 하나가 있다. 3점슛 라인 부근에서 상대 가드가 돌파를 시도할 때, 당연히 엠비드는 순간적으로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때 재빠르게 수비 스텝을 사이드 스텝으로 변환하면서 그대로 따라간다. 상대 공격수가 림으로 올라갈 때, 뒤따라 가면서 블록슛이 나온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국내 농구에서 흔히 착각하는 게 러닝 스텝이 무조건 사이드스텝보다 빠르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 그런데 3점슛 라인 안에서 가드가 치고 들어오면서 레이업 슛을 넣는다고 가정할 때, 사이드 스텝을 밟는 게 훨씬 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사이드 스텝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박지수의 근본적 수비 약점은 여기에서 나온다. 사이드 스텝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골반에서 하체로 이어지는 일명 '파워존'을 강화해야 한다. 자세가 낮아지면서, 사이드 스텝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하체의 힘이 길러진다.

박지수의 이런 약점은 최근 대형 센터의 문제점과 똑같다. 특히, LG 김종규가 가장 많이 지적받고 있는 약점이다.

박지수는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무긍무진하다. 현 시점에서 국내 최고의 센터. 그리고 향후 10년 간 여자농구를 대표할 센터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농구의 고질적 문제인 '재능'을 넘어선 농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이번 챔프전도 그 '숙제'를 발견할 단초가 될 수 있다. 아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