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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두경민 사태는 해결되지 못했다. 답보 상태다.
두경민은 왜 전력에서 제외됐나
두경민 사태에 대해서는 이상범 감독, DB 선수단 모두가 공식적으로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에 가까운 '얘기'들이 있다.
두경민의 경기력에 직접적 변화가 생긴 것은 2월10일 모비스전이다. 당시 두경민은 19분을 뛰면서 2점슛 1개만을 시도했다. 단 1득점, 자유투 득점이었다.
뭔가 문제가 생겼다. 이후 이상범 감독은 강하게 질책했다. 시즌 전 확고한 에이스로 내정했던 이 감독은 "그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 선수를 에이스로 지목했다면 내 실수"라고 했다.
그동안 선수들을 믿으면서 칭찬 일색이었던 그의 성향을 감안할 때, 너무나 강한 비판이었다. 즉,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상범 감독을 비롯, DB 선수단은 '함구'하고 있다.
결국 이 경기 이후, 두경민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원정에 동행하지 않았고, 전력에서 제외됐다. 이후, 이 감독은 더욱 강한 발언을 쏟아내며 극적 변화가 없는 한 전력에서 그대로 제외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정확한 사정은 두경민과 이상범 감독, 그리고 DB 선수단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두경민 사태'의 일부를 알 수 있었다.
일단, 선수단이 운영되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이의 스펙트럼은 있지만,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프로 구단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즉, 언제든지 갈등의 소지가 있다. 모든 구단이 다 그렇다.
이런 갈등을 대화로 풀면서 팀 내부적으로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팀 외부로 나갈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들의 갈등은 항상 있어왔다. 모든 팀들이 한 시즌동안 2~3차례는 겪는다. 학교나 회사 생활에서도 직장 상사, 친구들과 다툼을 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를 들어 오리온의 조 잭슨은 팀 동료와 큰 다툼이 있었다. 결국 대화와 면담, 그리고 화해로 풀면서 오리온은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DB는 두경민과 버튼의 은근한 신경전이 있었다. 갈등은 전자랜드 전에서 나타났다.
2월7일 전자랜드전에서 DB는 80대93으로 패했다. 당시 버튼은 35득점, 2점슛 야투율 55%, 3점슛 야투율 33%를 기록했다. 두경민은 8득점, 2점슛 야투율 25%, 3점슛 야투율 33%를 기록했다.
당시, 버튼과 두경민은 유기적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결국 경기가 끝난 뒤 팀 미팅을 가졌다. 이때 두 선수에 대해 분발을 촉구하는 고참들의 충고가 있었다.
그럴 만했다. 두 선수의 공격력은 DB의 강력한 무기. 하지만, 둘의 신경전 때문에 슛을 '남발'하는 것은 팀 전력의 마이너스가 된다.
하지만 두경민은 이후 모비스전에서 매우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전후 사정을 알고 있던 이상범 감독은 대노했고, 두경민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하지만, 두경민은 이 감독의 말에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어떤 구체적 갈등이 있었는 지는 당사자들만 알고 있다. 하지만 두경민 사태의 개요는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백의종군이 정답이다
이 감독이 대노한 이유. 모비스전 두경민의 태업에 가까운 플레이 때문이다. 에이스로 지목했고, 최대한 옵션을 많이 줬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 감독이 두경민 사건 이후 "하나라도 공을 잡기 위해 허슬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이 있는데 두경민의 플레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정확한 조치다. DB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리빌딩의 초입이다.
많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핵심적 팀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은 단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 감독은 이후, 두경민의 거취에 대해 원칙적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 팀의 철학에 어긋난 행동을 철저히 반성하고, 선수단에 대해 사과하라는 의미다.
두경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태극마크도 달았다. 충분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 실수는 할 수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경민에게는 백의종군만이 정답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