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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예상과 반대' 오세근-이정현 행보 왜 엇갈렸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5-16 22:48



오세근과 이정현. 서른살 동갑내기 친구의 행보는 왜 엇갈리게 됐을까.

남자 프로농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의 최대어인 오세근과 이정현이 엇갈린 선택을 했다. 안양 KGC의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끈 두 주역은 나란히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대박'을 예고했다. 샐러리캡 문제를 넘어 KGC가 두 선수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지, 만약 한 사람이 떠나야 한다면 누가될지 관심이 컸다. KGC는 둘을 모두 잔류시키겠다고 했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한명은 무조건 붙잡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 한 사람이 떠난다면 오세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오세근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올스타전 MVP를 차지하며 주가를 최고로 끌어올렸다. 센터 포지션 특성상 오세근만 영입하면 6강은 보장된다고 보는 팀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세근이 역대 최고 몸값(2015~2016 시즌 삼성 문태영 8억3000만원)을 경신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정현이 챔피언결정전 직후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잔류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런 예상을 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오세근은 KGC와 보수 총액 7억5000만원(연봉 6억원+인센티브 1억5000만원)에 잔류를 확정했다. 반면, 이정현은 구단이 오세근과 같은 총액 7억5000만원을 제시했지만 8억원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보장 연봉은 6억7500만원으로 오세근보다 이정현이 많았다.

의리남 오세근과 헌신 지원 KGC

사실 오세근은 시장에 나가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당장 6강 진출에 목매야 하는 팀들, FA 영입을 위해 실탄을 준비한 팀이 많았다. 오세근이 다치지 않고 경기에 나서주기만 한다면, '6강 보증수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에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오세근은 안정적인 환경의 KGC를 선택했다. 돈도 돈이지만,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새 팀에서 뛰는 것보다 더 편한 마음으로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 시즌 나름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오세근은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선수다. 2011~2012 신인 시즌 이후 큰 발목 수술로 오랜 기간 재활에 힘써야 했다. 최근 농구는 신인 시절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몸놀림 보다 힘과 기술을 적절히 이용해 영리한 플레이를 추구한다고 보는 게 맞다.

KGC는 그동안 오세근이 부담을 갖지 않고 경기 출전과 재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세근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꾸준히 지켜봐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오세근이 많은 돈을 받고 다른 팀에 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무리하게 되면 이번 시즌과 같은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

오세근이 여기저기 아파 상당 기간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헌신적으로 지원해준 구단에 의리를 지켰다는 후문이다.


건강한 토종 최고 슈터의 매력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 여러 팀이 영입 쟁탈전을 벌일 이정현의 몸값이 오세근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생겼다. 프로농구 FA 제도는 선수가 시장에 나가면, 영입을 원하는 팀들이 영입의향서를 제출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내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정현을 정말 데려가고 싶은 팀이라면, 다른 팀이 높은 금액을 적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과감한 베팅을 할 수밖에 없다.

2015년 갈 길 바쁜 서울 삼성 썬더스가 문태영을 데려오기 위해 8억3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쓴 사례가 있다. 이정현도 7억5000만원의 보수를 뿌리치고 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성공이다.

오세근이 워낙 주목을 받아 그렇지, 이정현이 시장에 나오는 것과 많은 팀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현재 리그 슈팅가드-스몰포워드 자원 중 실력과 건강 측면에서 모두 최고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하는 전천후 스코어러다. 슈터로 3점슛만 던진다면 가치가 떨어지겠지만, 이정현은 힘이 좋아 비슷한 사이즈 선수를 데리고 골밑 포스트업도 하고, 퍼스트 스텝이 좋아 돌파 후 레이업슛 성공률도 높다. 이번 시즌 54경기 전게임에 나서 평균 33분3초를 뛰고도 크게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응원단에선 그에게 '금강불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흔히 말하는 '통뼈' 스타일이라 잘 다치지도 않는다.

이정현 입장에서는 원소속구단 협상 마감일이 다가옴에 따라, 결단을 내려야 했다. 정든 KGC 잔류도 좋지만, 자신의 가치가 생갭다 높게 평가되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감지하고 과감한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토종 슈터가 경기당 15점 이상씩 득점을 해준다면, 어느 팀이든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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