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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즌만에 4강 진출을 노리는 서울 삼성 썬더스가 위태롭다.
문태영은 지난달 31일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골밑을 파고들다 왼쪽 발목을 살짝 접질리며 통증이 발생했다. 2일 열린 2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경기가 끝난 뒤 이상민 감독은 "상태를 보고 3차전 스타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문태영은 웬만하면 약물이나 주사 치료를 피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증 때문에 주사를 맞았다고 한다. 이 감독은 "약이나 주사같은거는 절대 안하는 선수인데 이번에는 침을 맞을 정도로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고 했다. 4일 인천서 열리는 3차전 스타팅 여부가 고민되는 이유다.
상대팀 전자랜드는 체력과 움직임으로 승부하는 팀이다. 김태술과 문태영의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는 아무래도 힘들다. 이들이 코트에 나서더라도 100% 기량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경험이 많은 주희정이 게임 리딩과 순간 대처에서 별 문제가 없다고 해도 체력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제임스 켈리가 쓸데없이 혼자 하는 플레이를 줄이고 골밑 싸움에 적극 가담하는 등 유 감독의 주문을 조금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2차전서 켈리는 17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3점슛 3개를 기록했다. 유 감독은 "켈리의 경기 스타일을 단기전에서 바꾸기는 힘들다. 본인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되 1~2개 정도는 약속된 전술에 따라 움직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지완과 차바위도 자신감이 높아졌다. 유 감독은 "2차전은 차바위 김지완 덕분에 이겼다"고 했다. 김지완은 14득점에 6어시스트, 차바위는 13득점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의 수비로 삼성의 외곽과 인사이드 연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유 감독은 "인사이드 수비는 우리가 많이 힘든 점이 있는데 그걸 잘 하려면 외곽부터 붙어서 상대가 못 들어가게 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외국인 멤버로는 그 수밖에 없다. 국내 선수들이 힘들지만 많이 뛰어줘야 한다"고 한 이유다. 어차피 전자랜드는 5대5로 맞붙어서는 삼성을 이기기 힘들다. 약속된 공격과 협력 수비 등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정규리그서 삼성은 전자랜드에 5승1패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절대 우위에 있는 높이 덕분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높이는 김태술과 문태영 없이는 위력이 반감된다. 당초 삼성의 압도적인 페이스로 흐를 것처럼 보였던 이번 시리즈가 최종 5차전까지 갈 수도 있는 분위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