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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팀 400승 모비스 유재학, 왕조를 일군 사나이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12-18 01:00


◇지난 1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가 열렸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2.14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지난 17일 이정표를 세웠다. 2016~2017시즌 KCC프로농구 부산 kt전에서 84대74로 승리하면서 모비스에서만 400승째(268패, 승률 0.599)를 채웠다. 한팀 사령탑 400승은 KBL리그 최초다. 이미 감독 개인통산 최다승(550승)을 기록중인 유 감독은 2004년 9월 이후 13년째 모비스 사령탑을 지키고 있다.

그동안 5차례의 챔프전 우승(모비스는 통산 6회 우승), 5차례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2~201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리그 첫 3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 영광도 품에 안았다. 단일팀 사령탑 최다승 2위는 허재 전 KCC 감독(252승 279패)이다. 유 감독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렵다.

유 감독은 400승 달성 직후 "좋은 선수와 구단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팀에서만 감독생활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나는 운이 좋다. 여기 머무르지 않고 할 수 있는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모비스는 프로농구 '왕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0년대 들어 가장 뛰어난 성적을 기록중이다. KBL리그는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력 평준화가 리그에 박진감을 준다는 KBL 수뇌부와 이사회의 믿음 때문이다. 용병은 아무리 좋은 선수와 인연을 맺어도 3년 이상 한팀에서 머물 수 없다. 혼혈 선수도 마찬가지다. 2012년 모비스에 입단한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당시 23세의 패기 넘치는 선수였다. 센터로서 기술보다는 주력이 좋고 스태미너가 뛰어났다. 꾀부리지 않는 성실성에 유 감독은 주목했다. 결국 모비스에서 실력을 키워 전성시대를 함께한 뒤 서울 삼성으로 떠났다.

종목에 상관없이 프로구단의 신인 트래프트는 하위권 팀에 상위 순번이 돌아간다. 모비스는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얻었기에 드래프트 상위 순위를 뽑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수가 없으면 키우고, 필요하면 그 포지션에 맞는 선수로 훈련시킨다.

유 감독의 별명은 '만수'다. 부드러운 표정이지만 선수들에겐 따끔한 충고와 야단도 자주친다. 혼혈선수인 문태영을 길들이기 위해 며칠동안 훈련합류를 시키지 않고 사과를 받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똑같은 성실함을 요구한다. 팀전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최근 찰스 로드가 경기중에 적극적으로 뛰지만 유 감독은 훈련에 불성실하다며 "대체용병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금도 말할 정도다.

지난 10월 개막전에서 전력의 절반이라던 양동근이 전치 3개월의 왼손목 골절상, 외국인선수 네이트 밀러마저 부상으로 고전했다. 신인 1순위 이종현은 발등 미세골절로 개점휴업. 하지만 1라운드에서 3승6패로 고전했지만 2라운드 들어 6승3패로 반전에 성공했다.

얼마전까지 공격력 9위를 수비력 2위로 커버했다. 올시즌에 앞서 유 감독은 사석에서 "선수들의 개인기를 키워주지 못한 것 같아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수비 농구라는 비난도 듣고, 조직농구만 강조한다는 지적을 유 감독도 잘 안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화려한 개인기를 자기 것으로 소화시킬 수만 있다면 오히려 권장한다. 숙성되지도 않은 어설픈 개인기로 겉멋 든 플레이를 하는 것은 팀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독이다"고 강조한다.

농구인들은 "모비스에서 제 역할을 하는 선수라고 해서 타팀에서도 마찬가지 활약을 할 것이라 단정지을 순 없다"고 말한다. 유 감독의 조정능력 때문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부상중인 양동근과 거물급 신인 이종현이 돌아오는 1월중순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모비스. 그럭 저럭 어느새 5할승률(10승10패, 6위)이다. 최근 이말이 또 회자된다. '농구판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바로 모비스 성적 걱정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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