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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신 외국인 선수 대체 영입 논란이 발생했다. 스스로 프로로서의 품격을 깎아내리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 부산 kt 소닉붐이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에서 대체 선수로 잘 뛰던 제스퍼 존슨을 데려가며 일이 시작됐다. 그러자 너도나도 대체 선수 영입 꼼수를 쓰고 있다. 최근 서울 SK 나이츠가 창원 LG 세이커스에서 뛰던 마리오 리틀을 데려갈 때도 시끄러웠다. LG는 마이클 이페브라의 부상이 길어져 대체 선수 리틀과의 연장 계약을 고려했다. kt가 리틀을 데려가고 싶었으나 지난 시즌 정규리그 순위에서 LG에 앞섰다. 이런 와중에 조용하던 SK가 테리코 화이트의 부상을 이유로 리틀을 채갔다. 이걸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kt가 아직 리틀을 포기하지 않고 SK와의 대체 선수 계약이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리틀은 한 시즌 3개의 유니폼을 입는 촌극이 발생하게 된다.
여러 문제가 많다. 선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쁘다. 자신들이 물건도 아니고, 의도와 상관치 않게 팔려다녀야 한다. 또, 팀을 자꾸 옮기면 커리어에도 손해다. 타 리그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다고 보게 된다. 구단들끼리도 의가 상한다. 모비스는 KGC가 블레이클리를 데려가는 과정이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규정을 이용해 데려가는 건 얼마든 이해할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린 후 미리 사전 통보라도 해줬으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모비스는 11일 오후 4시 전주 KCC 이지스전을 치르기 위해 전주에 내려가 있었다. 블레이클리도 당연히 선수단에 동행했다. SK는 리틀 영입 과정에서 LG에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물론, 규정 안 일이고 양해를 구하더라도 자신들이 잘 쓰던 선수를 빼았긴다는 자체가 기분 나쁜 일임은 분명하다.
KBL이 제도 손질에 적극성을 띄어야 할 때가 왔다. 지금의 기형적 가승인 신청 제도를 없애고, 선수를 데려온 구단에 어느정도 보유권을 줘야 한다. 또, 구단들이 선수 보유 후 지나친 권리를 행사하며 선수의 뛸 권리를 찾지 못하게 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원론적 접근을 하면 외국인 선수 제도 변혁도 필요하다. 단신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으로 볼거리가 많아졌다고 하나, 결국 언더사이즈 빅맨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KGC가 블레이클리를 데려가는 것도 언더사이즈 빅맨을 보유한 상위팀들과의 대등한 경기를 위한 결정이었다. 볼거리도 찾고, 구단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차라리 외국인 선수를 1명만 쓰고, 자유계약으로 데려오게 한다. 대신 언더사이즈 빅맨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신장 제한을 두면 된다. 포인트가드부터 스몰포워드까지 화려한 농구를 할 수 있는 해결사 1명이 있으면 지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물론, 그동안 KBL을 위해 열심히 뛰어온 장신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일 수 있지만, KBL이 장기적으로 살려면 그 수술 과정에서는 아픔이 없을 수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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