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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KBL)가 추진하는 신인드래프트 혁신,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보완, 준비해야 할 점들이 많다. 그래야 모두를 흥분케 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보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프로농구 이사회는 2014년 새로운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명권 교환이 이뤄져 선수를 선발할 경우, 드래프트 2주 전 KBL에 신고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드래프트 현장에서 A팀 유니폼을 입고 다음날 B팀에 선수가 합류하는 모순을 막기 위해서였다. 실제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서울 SK 나이츠의 지명권을 양도받았던 부산 kt 소닉붐은 SK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자 중앙대 출신 장재석을 찍었다. 하지만 당시 드래프트 현장에서는 장재석이 SK 유니폼을 입고 문경은 감독과 기념 촬영을 했다. 공식 드래프트 결과도 SK행이었다. 절차상 SK가 선수를 뽑고, 그 선수를 kt로 넘겨주는 형식이 됐기 때문. 이는 지켜보는 팬들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어 바뀐 지명권을 사용하기 2주 전, 아예 해당 순위는 지명권을 받기로 한 팀이 행사한다고 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장의 지명권을 갖고있던 창원 LG 세이커스가 정성우와 한상혁을 한꺼번에 뽑았었다.
그런데 이 규칙이 적용되면 지명권 사전 추첨이 큰 의미가 없어진다. 18일 드래프트 2주 전 시점은 4일. 지명권 순번 추첨이 이뤄지고 하루 만이다. 이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면, 각 구단들은 3일 순번을 추첨하고 하루동안 모든 결정을 해 4일 안에 어느 구단과 지명권을 바꿨고, 우리가 그 지명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것을 신고해야 한다. 구단들이 고민, 선택을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KBL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명권, 선수 교환에 대한 마감 시한을 두지 말고 드래프트 현장에까지 그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순번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던 A팀이, 선택을 앞두고 잠시 타임을 걸고 B팀에 새로운 제안을 하는 식의 심리전이 펼쳐진다면 엄청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 예로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신인드래프트 상황을 극화한 '드래프트데이'라는 영화를 KBL 관계자들이 관심있게 보면 참고가 될 수 있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단장 써니 위버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이를 포기하며 벌어지는 심리전을 그린 영화다. 물론, 이 영화처럼 현장에서 지명 순위 등이 뒤바뀌려면 그에 맞는 철저한 제도적, 기술적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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