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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고려대 정기전, 국가대표보다 중요한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9-24 09:43



국가대표 경기보다 중요한 게 소속 학교 정기전?

2016년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이 23~24일 양일간 열리고 있다. 농구 경기는 2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는데, 71대71 극적인 무승부가 기록돼 양교 학생 뿐 아니라 농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연세대가 큰 점수차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고려대가 4쿼터 불꽃 추격전을 벌이며 결국 무승부를 만들었다. 양교의 정기전은 친선 경기이기 때문에 연장전이 없었다.

이날 경기는 프로 데뷔를 앞둔 4학년이자, 대학농구 흥행을 이끌었던 고려대 이종현 강상재, 연세대 최준용이 마지막 정기전을 뛰어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아름답게만 지켜볼 수 없는 현실이라 안타깝다.

세 사람은 지난 18일 종료된 FIBA 아시아챌린지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됐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부상을 이유로 대회 개막 전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부상명도 심각했다. 이종현은 우측 발등 피로골절, 최준용은 새끼발가락쪽 발날 피로골절이 이유였다. 강상재는 발뒤꿈치에 실금이 가 제대로 뛸 수 없다고 했다. 지난 8월 말 일찌감치 대표팀에서 나왔다.

국가대표이고, 어떤 팀이고를 떠나 선수가 아파 뛸 수 없다면 팀에서 빠지는 게 맞다. 치료가 우선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투혼을 이유로 코트에 떠밀려 나가는 건 구시대 방식이다. 하지만 부상을 이유로 명예로운 태극마크를 반납한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교 정기전에서 투혼을 불사르는게 맞는 이치인가 싶다.

물론, 국가대표에서 빠진 후 정기전 전까지의 기간동안 치료가 잘 돼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피로골절은 그렇게 간단히 치료가 되는 병이 아니다. 단순골절과 달리 피로골절은 오랜시간 부상 부위에 부하가 걸려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그만큼 치료도 어렵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부상 상태, 치료나 재활 과정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선수들이 호소한 부상 상태를 감안하면 1달 동안 완벽히 나아지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학교를 위해 아픔을 참고 뛰었다는 것인데, 그것도 분명히 의미는 있으나 국가를 위해서는 아픔을 참고 뛸 수 없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농구계에서는 이들이 대표팀에서 낙마한 뒤, 한달 뒤 정기전을 뛰기 위한 수순이라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구체적으로 "이종현은 부상이 더 심각해 못뛰고, 강상재와 최준용은 몸을 만들어 뛸 것이라고 하더라"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튀니지와의 연습경기를 앞둔 대표팀 허 재 감독은 이 설에 대해 "그 선수들이 정기전을 뛴다면 그게 말이 되느냐"며 혀를 찼다. 그런데 두 사람 뿐 아니라 이종현까지 코트에 나섰으니, 할 말이 없어졌다.

양교의 정기전 열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다. 양교 관계자들은 목숨을 거는 수준이다. 이 경기 결과에 감독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 그러니 잘하는 선수들을 어떻게라도 뛰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에서 열린 아시아챌린지 대회에 다른 선배 선수들은 덜 아파서 뛰고, 덜 바빠 뛴 게 아니다. 팀 주축 선수들이라면 크고 작은 부상이 있고, 소속팀 훈련도 중요한데 국가를 위해 고생을 하고 온 상황에서 이들의 정기전 출전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만약, 이들이 출전할 대회가 아시아챌린지가 아니라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질 수 있는 아시안게임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태극 마크를 포기했을 것이냐고 묻고 싶다. 특히 이종현의 경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기에, 앞으로 국가에 더 봉사해야 하는 도의적 책임이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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