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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은 진짜 고민입니다. 손에 쥔 전력이 너무 없어요." 일본 가와사키에서 전지훈련중인 프로농구 모비스 구단 관계자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진다. 지난 몇 년간 농구판에서 가장 쓸데없는 고민이 '모비스 성적고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번 만은 극구 손사래를 친다.
매년 "올해는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막상 상위권을 질주하는 유재학 감독의 '양치기소년 농구'가 올해도 통할까. 모비스가 처한 상황을 보면 엄살은 아니다. 양동근(35)과 함지훈(32)은 또 한 살을 먹었다. 수년째 모비스를 지켜온 둘이지만 체력부담, 경기의존도가 너무 심하다. 베테랑 둘에 송창용과 전준범 정도가 정예 멤버다. 나머지 선수들은 기량차가 아직은 크다. 지난달 국내훈련에선 연세대, 중앙대에 거푸 패했다. 대학선발팀에 30점차로 이기고, 나머지 10여차례 연습경기는 승리했지만 매년 대학팀을 상대로는 거의 전승을 했던 모비스다. 가와사키 전지훈련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더 긴장하는 이유중 하나다.
가장 뼈아픈 것은 양동근의 부상이다. 허벅지 근육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았고, 어렵사리 팀전지훈련에 합류했지만 정상적인 훈련은 아직이다. 두달 넘게 부상과 씨름중이다. 최근에는 발목통증까지 호소하고 있다. 양동근은 모비스 전력의 절반 이상이다.
그나마 플러스 요인은 지난해 클라크-빅터 조합에 비해 로드-밀러 조합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다혈질 로드는 팀과의 융화가 중요하다. 이미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 뿐만 아니라 구단 차원에서도 로드와 심층면담을 했다. 팀이 원하는 농구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로드는 "뭐든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했다. 지켜볼 일이지만 모든 것에 우선해 이 부분을 다짐받았기에 악동 기질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밀러는 1m88에 110㎏의 다부진 체격이다. 1번부터 4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볼을 다루는 능력이 비상하다.
타팀에 비해 전력보강이 미약하고, 주전들의 노쇠화 등 마이너스 요인이 넘쳐나지만 모비스에는 유재학이라는 큰 버팀목이 있다. 올해는 냉정하게 현실을 감안, 좀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즌에 임하는 모비스지만 나머지 9개구단 중 어느팀도 모비스를 만만하게 보는 팀은 없다. 지난 수년간의 발자취 때문이다.
가와사키(일본)=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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