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헤인즈-잭슨으로 우승, 외인 선발 트렌드 바뀔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3-30 09:40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의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2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고양 오리온이 승리하며 챔프전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헤인즈가 골망 컷팅을 하고 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29/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정통 센터 없는 스몰 라인업을 앞세워 일궈낸 성과. 외국인 듀오 애런 헤인즈와 조 잭슨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두 사람이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 판도를 확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먼저 헤인즈다. 헤인즈는 자타공인 KBL 리그 최고의 해결사이자 스코어러다. 서울 SK 나이츠가 지난 시즌까지 헤인즈와 3시즌을 함께 하며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규정상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SK가 드래프트장에서 헤인즈를 뽑을 수 있었다. 전체 2순위 선발권을 따냈기 때문. 하지만 문경은 감독은 헤인즈를 외면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플레이오프 우승 때문이었다. 정규시즌 헤인즈는 플레이오프행 보증수표였지만, 단기전에서는 높이가 좋은 확실한 정통 센터 자원이 있어야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이는 문 감독이 3시즌 동안 헤인즈와 함께 하며 느낀, 고심의 결과물이었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다. 데이비드 사이먼을 데리고 6강도 못갔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우승에 목말랐던 문 감독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헤인즈는 2008년 KBL에 발을 들인 이후 2009~2010 시즌 모비스 소속으로 딱 한 번 우승을 경험했는데, 그 때는 주역이 아니었다. 브라이언 던스턴의 백업 멤버일 뿐이었다. 농구계에서 "헤인즈가 있으면 6강은 가지만 우승은 못한다"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의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2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고양 오리온이 승리하며 챔프전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조잭슨이 골망 컷팅을 하고 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29/
이런 헤인즈가 오리온의 우승을 이끌었다. 6차전 17득점 13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이승현이라는 훌륭한 파트너가 상대 빅맨 하승진을 봉쇄하며 헤인즈가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이 넓어졌다. 상대 빅맨에 대한 수비 부담만 줄여준다면 헤인즈는 큰 무대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 찰스 로드(KGC) 로드 벤슨(동부) 등 정통 센터들을 앞세운 팀들이 헤인즈와 에밋(KCC) 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다가오는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이종현 강상재(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 키가 큰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선수들을 보유할 수 있는 팀들이라면 이승현-헤인즈의 조합처럼 높이-스피드-득점력에서 모두 밀리지 않을 수 있는 포워드형 스코어러를 외국인 선수 선발 1순위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

잭슨의 경우는 더욱 대단한 반전 스토리다. 화려한 농구를 위해 KBL은 단신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해 1m93 이하의 선수를 1명씩 뽑게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가드 포지션의 선수들이 리그 초반 약속이나 한 듯 KBL에 적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웬델 맥키네스(동부) 에릭 와이즈(삼성) 등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테크니션들을 대체하기 위해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골밑에서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하는 선수들의 역할이 훨씬 낫다는 평가가 나오며 새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잭슨의 위력이 드러났다. 긴장감이 넘치고, 수비가 강력해지는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는 그만큼 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압박수비를 제쳐내고, 승부처 살 떨리는 순간에서 자신있게 외곽슛을 던질 수 있는 강심장도 있어야 한다. 잭슨에게는 그 것이 있었고, 패자들에게는 그 게 부족했다. KCC와 KGC의 4강 플레이오프를 돌이키면 KGC 가드진이 전태풍을 막지 못해 진 경기였다. 더 거슬러가 KGC와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를 보면 삼성 가드진이 KGC 앞선의 압박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며 허무하게 패했다. 챔피언결정전은 힘이 빠진 전태풍을 잭슨이 압도한 결과 오리온이 승리할 수 있었다. 늘 플레이오프에 올라와, 가드 싸움에서 밀리며 더 높은 고지를 점하지 못했던 오리온이다.

다음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함부로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 잭슨의 플레이가 계속 뇌리를 스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