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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니갱망] 21.4% 야투성공률, 헤인즈답지 못했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3-27 17:53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전주KCC와 고양오리온의 경기가 2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오리온 헤인즈가 KCC 하승진, 힐과 치열한 리바운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전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27/

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 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21.4%. 외국인 선수가 기록한 야투 성공률이었기에 더 뼈아팠다.

고양 오리온의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오리온은 2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전주 KCC와의 5차전에서 88대94로 패했다. 조 잭슨이 32점, 이승현이 23점을 기록했지만, 막판 실책이 아쉬웠다. 전반전 한 때 21점 차까지 뒤질 수밖에 없었던, 느슨했던 수비도 문제였다.

특히 KBL에 최적화된 외인, 애런 헤인즈의 부진도 발목을 잡았다. 4쿼터까지 24분02초를 뛰면서 11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터무니 없이 낮은 야투 성공률이 말썽이었다. 헤인즈는 마음만 먹으면 매 경기 20득점 이상이 가능하다. 동료의 움직임을 살려주는 능력도 탁월하다. 헤인즈의 손에서, 눈에서 나오는 점수가 50점 가까이 된다는 얘기. 타구단 토종 선수들이 들려줬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승부처인 4쿼터 자취를 감췄고, 팀이 매섭게 추격하던 3쿼터에도 4개의 2점슛을 시도해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자유투로 기록한 1득점이 전부. 결국 전반전에 10득점 한 그는 11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정면, 사이드 등 14개 던진 2점슛 중 림을 통과한 건 3개 뿐이었다.


2008~2009시즌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L에 데뷔한 헤인즈는 통산 야투 성공률이 56.7%다. 울산 모비스, 창원 LG, 서울 SK, 오리온 등을 거치며 8시즌 동안 A급 선수만 보유할 수 있는 숫자를 만들었다. 올 시즌에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한 동안 코트를 떠났지만 30경기에서 평균 25.20득점에 58.8%의 높은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흔희 골밑 득점이 많은 센터의 경우 성공률이 60% 이상이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는데, 헤인즈는 여느 센터 못지 않은 슛 정확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큰 경기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야투 성공률이 뚝 떨어졌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 44.4%(8/18·16득점) 2차전 57.1%(8/14·19득점) 3차전 41.7%(5/12·12득점) 4차전 50%(5/10·18득점)이다. 그리고 이날은 공수의 핵심이라고 볼 수 없는 21.4%의 숫자를 찍으며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한 경기 내내 심판 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마인드 컨트롤에도 실패했다.

결국 추일승 감독은 4쿼터에 헤인즈를 기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조 잭슨이 흥분해 무리한 공격을 할 때도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없었다. 경기 후 "크게 뒤진 경기를 따라갔지만 그냥 진 거다. 선수들에게 교훈을 준 것 같다"고 냉정한 총평을 한 추 감독. 헤인즈가 느낀 점이 가장 많을 듯 하다.

전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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