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KCC가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벼랑 끝에 몰린 추승균 KCC 감독은 경기 전 '딜레마'라고 했다. 그는 "조 잭슨(오리온)을 막기 위해 신명호를 투입하면 우리 공격이 문제, 그렇다고 신명호를 투입하지 않으면 수비가 문제"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날부터 경기장에 나오면서까지 계속된 고민. 최종 선택은 공격이었다. 그는 "시리즈 전 우려했던 대로 식스맨 문제가 나왔고,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오늘은 김지후가 먼저 나간다. 외곽에 슈터가 버티고 있으면 저쪽에서 무작정 안드레 에밋만 견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추일승 감독은 신중했다. 상대가 거세게 나올 것은 예상하고 있는 상황. 우승까지 1승만 남겨 놓은 가운데 "전반까지 수비에 집중할 것이다. 완벽한 속공 찬스가 아니면 무조건 세트 오펜스를 할 계획"이라며 "하승진이 편하게 공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 좋은 자리를 잡았을 때 패스가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명호라도 노마크에서 슛을 쏘게 놔두면 안 된다. 마크맨이 외곽으로 나가 견제를 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에밋에게 수비가 집중되겠지만 그렇다고 버리라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쿼터 오리온 공격이 불을 뿜었다. 이승현이 원맨쇼를 펼쳤다. 9분18초를 뛴 그는 2점슛 2개, 3점슛 2개, 자유투 2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시리즈 내내 하승진을 막느라 지칠 법도 한데 컨디션이 절정이었다. 여기에 조 잭슨이 9점, 문태종이 6점을 넣었다. 오리온은 상대를 15점으로 묶고 31점을 몰아치며 68-70까지 따라붙었다. 3쿼터 리바운드에서 8-4로 앞서며 골밑도 지배했다. 8개의 리바운드 중 공격 리바운드가 3개.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4쿼터는 시소 게임이었다. 오리온이 4쿼터 8분26초를 남기고 조 잭슨의 자유투로 72-70, 이날 첫 리드를 잡았다. 그러자 KCC는 에밋, 전태풍의 연속 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이후 양 팀은 조 잭슨과 문태종, 에밋과 전태풍이 나란히 공격을 주도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팽팽한 흐름이었다.
여기서 KCC가 상대 턴오버에 편승해 기회를 잡았다. 82-82에서 에밋이 가로채기에 이은 레이업슛을 올려 놓은 것. 뒤이어 1분15초를 남기고 전태풍이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성공해 86-82로 달아났다. 또 86-84에서 고졸 루키 송교창이 귀중한 팁인을 올려놓았고, 하승진이 조 잭슨의 3점슛을 블록하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KCC 입장에서는 한 숨 돌린 하루였지만, 21점 차 리드에도 진땀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반성할 부분도 많다. 결국은 리바운드, 적극성이다.
전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