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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예상을 깨고 저득점이 나왔다. 두 팀은 공격 농구를 표방한다. KCC는 절대적 에이스 안드레 에밋과 함께 하승진이 있다. 오리온은 정통센터로 장재석이 유일하다. 식스맨이다. KCC 외곽에는 강력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전태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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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분14초를 뛰면서 25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분명, 특급 수치다. 하지만 야투율은 정규리그보다 5% 떨어진 수치였다. 2점슛 야투율은 53%(8/15), 3점슛은 25%(1/4)였다. 정규리그 2점슛 57.7%, 3점슛 32.0%에 비해 약간 떨어졌다. 물론 1차전, 한 경기만 표본이기 때문에 충분히 바뀔 수 있고 반론할 수 있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2점슛 야투율 61.3%, 3점슛은 41.9%였다.
에밋은 강한 파워와 뛰어난 드리블 능력으로 골밑을 집중적으로 판다. 게다가 완전한 새깅 디펜스를 펼치면, 특유의 슈팅 폼으로 3점슛을 터뜨린다. 플레이오프 들어 40%가 넘는 3점슛을 기록했다. 즉, 위력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스크린을 받거나, 1대1로 수비수를 제친 뒤 그대로 올라가는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보면, 자연스럽지 못한 슈팅 메커니즘을 알 수 있다. 에밋이 공격에서 가장 큰 약점이다.
이 부분을 오리온은 이용했다. [사진 2]는 챔프 1차전 슈팅 분포표다. 슈팅 지역이 골밑에 집중돼 있지 않다. 즉, 오리온의 수비가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강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트라이앵글'이 적용된다.
김동욱과 장재석은 간격을 적절히 조절한다. 약간 떨어져 마크하지만, 3점 오픈슛은 주지 않는 간격이다. 여기에 에밋이 돌파를 시도할 때를 기점으로 골밑의 이승현과 가까운 곳의 포워드가 그를 순간 에워싼다. 보통 트리플 팀이 된다. 그 타이밍은 그가 미드 레인지 지역에서 골밑을 돌파하는 순간 이뤄진다. 때문에 에밋은 자신의 세부적 약점인 미드 레인지 지역에서 공격을 강요받았다. [사진 3 참조]
결국 에밋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지역에서 공격했다. 전반 7득점, 3쿼터까지 16점에 그쳤던 이유. 이같은 챔프전 내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해법으로 KCC 추승균 감독은 "(에밋이 돌파할 때) 나머지 선수의 간격이 문제다. 김효범 전태풍 김민구 등 3점슛이 좋은 선수를 적극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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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의 더블팀
하승진의 수비 방법은 예상보다는 간단했다.
[사진 4]를 보면 정확히 나와 있다. 이승현이 사력을 다해 하승진의 골밑 접근을 막는다. 결국 하승진이 공을 잡는 위치는 최소 림에서 2m 이상 떨어진 지점이다. 포스트 업을 대비해 애런 헤인즈가 도움 수비를 위해 버티고 있다. 자신의 수비수는 버렸다.
물론 KCC 입장에서는 비어있는 선수에게 패스, 3점슛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정확도가 보장되지 않는다. KCC는 정희재가 신명호가 나오면, 의도적으로 그 부분에 3점슛 오픈 찬스를 내준다. 체크할 수 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3점슛을 쏘게 하는 전술이다. 에밋의 봉쇄법과 하승진의 더블팀 전술 때문에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수비는 90% 정도가 나왔다"고 만족했다.
추승균 감독은 역시 나머지 선수들의 간격과 슈터들의 배치를 통해, 오리온의 수비법을 파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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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도 고민이 있다. 1차전에서 오리온의 수비력은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헤인즈와 잭슨은 다소 부진했다.
헤인즈는 몸 상태가 약간 떨어져 있는 부분이 있었고, 잭슨은 KCC의 의도적 수비에 페이스를 잃은 부분이 있었다.
오리온의 최대 강점은 2차 속공이다. 운동능력이 좋은 잭슨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속공을 시도한다. 직접 해결하거나, 뒤에 따라오는 문태종 김동욱 허일영 등이 3점 라인에 대기하고 있다. 잭슨의 패스에 의한 2차 속공 3점슛.
트랜지션이 느릴 수밖에 없는 KCC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럽다. 게다가 잭슨과 나머지 선수들의 유기적인 조직력을 향상시키는 촉진제와 같다.
하지만, 오리온 역시 공격 작업 자체가 원활하지 못했다. 추일승 감독이 1차전에서 패한 뒤 "러닝 게임이 되지 않았다"고 말한 이유다. 즉, 잭슨에 의한 2차 속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또 하나, KCC는 외곽수비에서부터 잭슨에게 슛 찬스를 어느 정도 제공했다. 어차피 골밑에는 하승진이 있다. 즉, 잭슨이 골밑을 돌파하더라도 미드 레인지 지역에서 슛을 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부분은 부가적인 효과가 있다. 오리온의 최대 강점인 나머지 포워드진의 활용을 최소화시킨다. 즉, 잭슨과 나머지 선수들의 '단절'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되면 잭슨은 시즌 초반 고전했던 '나쁜 패턴'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결국 이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은 오리온의 '뛰는 농구'밖에 없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