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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쿼터 9분여를 남기고 57-34, 무려 23점 차였다. KEB 하나는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경기가 끝난 거야?"라는 말이 나왔다.
1차전이 끝난 뒤 전화통화를 했다. 위 감독은 웃으면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공격 작업은 하지 않은 채 슛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계를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8~2009 시즌 남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전.
모비스는 정규리그 1위로 4강에 직행한 상태였다. 삼성은 이상민 강 혁 등을 주축으로 테런스 레더와 애런 헤인즈가 포진해 있었다. 1차전 모비스는 삼성을 한마디로 '압살'했다. 최종 스코어는 81대62, 19점 차 승리.
이후 삼성은 강력한 2대2 공격으로 모비스의 수비를 완전히 흐트러 뜨렸다. 결국 내리 3연승, 챔프전에 진출했다. 삼성의 노련한 테크닉이 모비스의 젊은 힘을 제어한 경기였다.
유 감독은 1차전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그는 당시 시리즈가 끝난 뒤 "1차전에서 끝까지 삼성이 감각을 찾지 못하도록 끝까지 압박했어야 했다"고 했다. 당시 초반부터 승부가 결정됐다. 모비스가 식스맨을 기용한 4쿼터, 삼성은 활발한 공격력을 보이며 감각을 찾기 시작했다. 이 장면에서 유 감독은 "감각을 죽이는 것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이 팀에게는 안되겠구나'라는 패배감을 심었어야 했는데, 1차전 막판 내용이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시리즈 흐름은 미묘하다. 어떤 자그마한 불씨가 타올라 전환점이 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디테일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는 국내 사령탑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챔프전 경험이다. KB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 혈투를 치른 KEB다. 하지만 첼시 리와 모스비를 중심으로 한 높이는 강력한 팀이다.
우리은행은 가드진의 힘과 세부적인 테크닉에서 앞선다. 우리은행은 1차전 강력한 대인방어로 KEB의 실수를 유도했고, 그렇게 얻은 공격권을 효율적인 공격으로 연결했다. 결국 큰 차이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1차전뿐만 아니라, 1차전 대승의 분위기와 기세를 남은 2, 3차전까지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사령탑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챔피언의 확률을 조금 더 높히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디테일이다.
그런 점에서 위 감독은 완벽한 경기 운영을 했다. 모스비를 막기 위한 세밀한 수비위치 조정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리즈의 흐름을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단숨에 만들었다. 대승의 분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의 집중력을 계속 유지했고, 1차전 대승으로 인해 KEB 하나외환에게 '이기기 쉽지 않다'는 일종의 벽을 만들어 버렸다.
우리은행은 강하다. 박혜진 임영희 양지희 스트릭렌이 주축이 된 우리은행은 강력한 조직력과 개인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하지만, 위성우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은행 왕조가 탄생했을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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