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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니갱망] 한 심판만 등장하면 힘 못쓰는 KGC의 현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3-13 19:00


안양 KGC와 전주 KCC의 2015-201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이 1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KGC 로드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안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13/

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한 심판이 코트에만 나오면, 한 팀은 경기를 잘 풀지 못한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을까.

13일 '오늘의 니갱망'은 선수 얘기가 아니다. 안양 KGC는 1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 이지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으로 완패했다. 정규리그 1위 KCC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맞붙게 됐다.

KGC는 오세근이 3차전 종료 직전 발목 부상을 당해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때문에 경기 전부터 분위기가 조금은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안그래도 하승진과 허버트 힐의 높이를 막기 쉽지 않은데, 주축 센터가 부상으로 빠지니 그 출혈은 엄청났다. 실제, 이날 경기 하승진과 힐의 골밑 공격을 막지 못해 무참히 패했다.

하지만 오세근 결장 외에 또다른 변수가 있었다. 납득하기 힘든 초반 심판 판정이었다. KCC 센터 하승진이 골밑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그런데 공을 잡은 위치가 엔드라인쪽으로 깊었다. 엔드라인에서 백보드까지는 1.2m의 공간이 있다. 여기서는 골밑슛을 쏠 수 없다. 때문에 하승진은 뒤로 물러나야 했다. 농구에서 스텝을 두 발 모두 옮기려면 드리블을 해야한다. 하지만 하승진은 드리블 없이 뒤로 자리를 옮겨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KGC 선수들과 벤치는 난리가 났다. 명백한 트레블링. 하지만 심판들은 바로 앞에서 이장면을 보고도 휘슬을 불지 않았다. 심지어는 3심 합의를 했다. 하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어진 장면. 하승진을 막던 KGC 센터 김민욱이 파울을 했다. 하승진의 득점이 유력한 상황이라 끊어내는 파울. 하승진의 몸을 잡았다. 어차피 파울을 할 상황에서 상대 선수 안전을 위해 몸을 아예 잡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하승진이 넘어졌다. 만약, 김민욱이 비신사적인 거친 파울을 했다면 하승진이 화가 날 상황. 하지만 하승진은 자신을 잡아주려 온 김민욱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협 주심은 이 장면을 비디오 판독을 하더니,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선언했다. 경기 초반 점수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상대에 자유투 투샷을 주고, 공격권까지 주니 KGC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상황에서는 KGC 찰스 로드에게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다. 공격을 위해 코트로 넘어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KCC 김민구가 넘어졌는데 주저없이 파울이 불렸다. 김민구가 넘어지기는 했지만, 의도적으로 상대를 밀치는 등의 과격함은 없는 플레이였다. 공교롭게도 로드는 이 파울로 1쿼터에만 3개의 파울을 범하게 ?〈? 안그래도 골밑 열세인 KGC에 치명타였다.

2쿼터에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KCC 안드레 에밋이 코트 사이드에서 더블팀에 갖혔다. 혼전 중에 공이 나갔다. 이정협 주심은 KCC 공을 선언했다. KGC 선수들부터 바로 앞에 있던 팬들까지 들고 일어섰다. 에밋의 터치라는 주장. 비디오 판독을 요구해도 이 주심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체육관 분위기가 술렁이자 김귀원 부심이 비디오 판독을 하러 갔다. 그리고 KGC의 공이 선언됐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 못할 장면이 또 발생했다. 이미 심판이 비디오를 보고 판정을 내렸는데, 경기 운영부가 경기를 중단시켰다. 심판들에게 비디오를 다시 보라고 한 것. 그러더니 다시 판정이 번복됐다. 다시 보니 KCC의 공이라는 것이다. 누구를 맞고 나갔느냐는 다음 문제다. 심판과 경기 운영부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기 운영을 했다는 자체가 큰 문제다. 경기 운영부는 판정에 개입을 할 수가 없다.

이후에는 큰 판정 문제가 없었다. 전반에 이미 65-44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이미 경기는 KCC쪽으로 기울었다. 심판콜이 민감하게 나올 장면이 없었던 탓이다.

단순히 이 경기 판정 때문이 아니다. 이 주심은 농구계에서 '안양 킬러'로 불린다. KGC 경기에만 등장하면 KGC에 불리한 판정이 이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KGC 정규리그 14경기에 이 심판이 투입됐는데 4승10패를 기록했다. 특히, KCC전에는 4경기에 투입돼 KGC는 4패를 했다.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2, 3, 4차전에도 주심으로 계속 투입됐다. KCC전도 1차전과 4차전을 책임졌다. 안양 관계자들은 경기 전 상대 오더지를 보며 상대 주전 선수 명단을 보는 게 아니라, 심판 명단부터 확인했다.

KCC의 승리를 폄하할 의도는 아니다. KCC는 훌륭한 경기력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이 심판이 투입되지 않았더라도, KCC는 4차전 승리했을 확률이 높았다. 문제는 패자가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주최측에서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심판 판정이 영향을 미쳐 경기에 졌다고 한다면 그 누구라도 억울한 일이 될 것이다. KBL은 농구계 전체가 알만한 이런 구설에 오른 심판을 계속해서 투입해 뒷이야기가 나오게 만들었다. 안그래도 매 시즌 심판 판정으로 인해 논란을 야기하는 KBL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발전되는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그래도 이번 시즌 내내 KBL의 KCC 밀어주기 의혹이 농구판에 불거졌었다. 타이틀스폰서 이해관계 때문. KBL 입장에서는 더 주의를 했어야 한다. 축제의 장을 스스로 찝찝하게 만들었다. 승리 팀도 죽을 힘을 다해 뛰어놓고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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