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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선형의 자숙과 변신, 왜 인상적일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2-28 09:31


SK 김선형의 돌파장면. 27일 모비스전에서 나왔다. 사진제공=KBL

SK 김선형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27일 울산 모비스전을 앞두고 간단한 얘기를 나눴다.

그는 모두 알다시피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징계를 받았다. 한동안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11월21일 동부전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넘었다.

김선형은 "그래도 뛰어야 하니까요. 마음을 다잡는 것은 어려웠지만, 이미 끝냈어요"라고 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이라고 하지만, 승부조작은 아니다. 이 부분은 명확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승부조작'은 사실상 선수생명의 마지노선을 넘는 행동이다. 프로선수라면, 어떤 이유든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다.

물론 '불법 스포츠 도박'이라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벌어진 김선형을 비롯한 유병훈 장재석 오세근 함준우 김현민 김현수 등은 케이스가 좀 다르다.

판단하기 까다로운 문제가 섞여 있다. 대학시절했다. 베팅 액수가 크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그들은 KBL 조사에서 몇 년전 자진신고를 한 상태였다.

때문에 '불법스포츠 도박이다. 어떤 이유든 용서할 수 없다'는 논리와 '대학시절 모르고 한 짓이다. 참착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됐다.


하지만 KBL의 '솜방망이 징계'는 오히려 선수들에게 짐이 됐다. 20경기 징계와 약간의 벌금을 냈다. 대부분 선수들이 그랬다. KBL은 여러가지 이유로 징계의 타당성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이면에 감춰진 핵심은 '리그에서 뛸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농구팬의 의구심 섞인 눈길을 받은 채 복귀했다. LG 유병훈은 복귀전 직후 "평생 안고 가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선형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쨌든 잘못한 일이고, 계속 갚아나가야 할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국가대표 형들과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 함께, 시즌이 끝난 뒤 매년 계속 봉사활동을 가자는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갚아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애써 미소지었다. 그런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프로선수로서 김선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세부적인 약점은 있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김선형의 중거리슛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물론 고쳐야 할 부분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는 선수"라고 했다.

강력한 속공능력과 순발력은 아시아 무대에서도 입증됐다. 2013년 마닐라 아시아 남자농구 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이젠렌의 블록슛을 뚫고 덩크슛을 터뜨린 장면은 아직도 회자된다.

하지만 중거리슛이 불안했다. 승부처에서는 뛰어난 클러치 능력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야투 성공률 자체가 저조했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슈팅 폼을 바꿨다. 얼굴 바로 앞에서 던지던 슛의 위치를 좀 더 떨어뜨렸다. 확실히 안정적인 3점슛 포물선을 그리게 됐다. 15경기에서 그의 3점슛 성공률은 54.2%다.

59개를 던져 32개를 성공시켰다. 아직 표본이 많이 없지만, 기본적인 수치는 너무나 고무적이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그의 발전이다. KBL 리그는 정체됐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양동근 조성민 등 극소수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매 시즌 기량이 늘었다고 평가받는 선수가 거의 없다.

오히려 부상과 노쇠화 등으로 인해 기량 자체가 쇠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선형의 '변신'은 더욱 의미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의 의미이기도 하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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