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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맥키네스는 함지훈 포스트업에 감탄했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2-03 01:35


함지훈이 맥키네스를 상대로 훅슛을 쏘는 장면이다. 그 이전에 함지훈은 강력한 파워를 지닌 맥키네스를 상대로 기술적인 포스트 업을 보여줬다. 사진제공=KBL

동부 웬델 맥키네스는 마치 '괴물' 같았다.

그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말한 마이크 타이슨의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2m가 넘는 상대를 저돌적인 인파이팅으로 차례로 쓰러뜨린 타이슨이다.

맥키네스는 1m92다. 단신 외국인 선수다. 그러나 테크니션은 아니다.

그는 3일 원주 모비스전에서 30득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상대가 약하지 않았다. 모비스 아이라 클라크는 준수한 파워를 지닌 빅맨. 커스버트 빅터 역시 해외리그에서 데이비드 사이먼(SK)과 골밑 1대1을 대등하게 벌인 파워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맥키네스의 저돌적인 돌파에 번번이 밀렸다. 그의 골밑 돌파에 클라크와 빅터는 4쿼터 중후반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났다.

더욱 강렬했던 부분은 수비다. 클라크와 빅터가 포스트업을 시도하자, 그는 정면으로 부딪혔다.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클라크와 빅터가 밀려나가는 형국이었다.

맥키네스는 경기가 끝난 뒤 "어떤 빅맨과의 몸싸움도 두렵지 않다. 내 파워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결국 전반 한 때 10점 차 이상 뒤지던 동부는 맥키네스의 폭발적인 활약으로 끝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75-75 동점 상황에서 스틸에 성공, 덩크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맥키네스의 파워가 경기를 지배한 날이었다.

그런데 이채로운 장면이 있었다. 73-73, 동점 상황에서 모비스는 함지훈이 공을 잡았다. 클라크와 빅터가 모두 5반칙 퇴장 당한 상황. 남은 시간은 25.9초였다.


동부는 더블팀을 가지 않았다. 더블팀을 갈 경우 함지훈의 뛰어난 패싱력으로 인한 외곽 오픈 찬스가 나는 것이 경계했다. 그 속에는 매치업 상대였던 맥키네스가 충분히 함지훈의 포스트 업을 봉쇄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당연했다. 모비스의 두 외국인 선수의 포스트 업 수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맥키네스였다.

그런데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함지훈은 그대로 골밑슛을 쉽게 성공시켰다. 이후 맥키네스가 연속 4득점으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동부 입장에서는 결정적인 실점이었다.

함지훈의 힘이 좋긴 하다. 하지만 클라크와 빅터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맥키네스를 상대로 쉽게 포스트 업에 성공했다. 어떤 원인이 있었을까.

맥키네스가 방심하진 않았다. 수비에 대한 집중력이 최대치에 올라있던 승부처였다.

경기가 끝난 뒤 맥키네스는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매우 기술적인(skillful) 포스트 업이었다. 자신의 몸을 매우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선수(함지훈)의 포스트 업이 매우 뛰어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맥키네스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함지훈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썼을까.

함지훈이 공을 잡은 지점은 림에서 약 2m 정도 떨어진 오른쪽 45도 지점(림이 기준)이었다. 그는 일단 등을 진 상태에서 엉덩이를 빼며 치고 들어갈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한쪽 발을 이동시키며 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곧바로 45도 지점에 있는 림의 방향을 향해 곧장 몸싸움을 하지 않았다. 파워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랬다면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살짝 비껴서 림 앞쪽으로 계속 치고 들어갔다. 즉 림의 45도 방향이 아닌, 림 앞쪽방향으로 포스트 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맥키네스는 밀리기 시작했다. 즉 몸의 정면이 아니라 측면을 밀었기 때문에 맥키네스는 온전히 힘을 쓰지 못했다. '매우 기술적인 포스트 업이었다'고 말한 실체다. 방향과 함께 하체가 먼저 뻗은 뒤 어깨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밀었기 때문에 맥키네스 입장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효율적으로 몸을 쓰는 법을 알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포스트 업의 공식 중 하나다. SK 전희철 코치도 유망주들과의 레슨에서 이같은 팁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상대가 더 힘이 강하다고 포스트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림의 정면이 아닌 살짝 옆을 향해 밀면, 수비자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포스트 업 기술은 간단하지 않다. '타고난 센스와 파워가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때문에 국내 토종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포스트 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센스와 파워, 이 조건들은 맞는 말이지만 틀린 말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많은 연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포스트 업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파워는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명제는 아니다. 아마선수들은 함지훈의 포스트 업 기술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워가 부족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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