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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반전가능성과 신인 이대헌의 역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1-19 12:12 | 최종수정 2015-11-19 12:12


SK 나이츠는 2012~2013시즌부터 3시즌 연속 정규시즌 3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는 강팀이다. 올해도 역시 호성적이 기대됐다. 하지만 시즌 개막 직전 강력한 악재를 만났다.

팀의 주전 가드인 김선형이 대학 재학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사실 때문에 KBL로부터 2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게다가 애런 헤인즈와 코트니 심스 주희정 박상오 등 팀의 주전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팀에 위기가 엄습했다.

그 여파는 적지 않았다. 문경은 감독은 김민수와 박승리, 이동준-이승준 형제 등 이른바 '혼혈 4인방'에 데이비드 사이먼과 드워릭 스펜서를 활용해 위기를 뚫으려 했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오리온과 경기를 앞둔 시점에 7연패를 당하며 9위까지 추락해 있었다.

[포토] 이대헌
2015-2016 프로농구 서울SK와 고양오리온의 경기가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SK 이대헌이 오리온 문태종의 수비사이로 레이업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1.18/

그러나 18일 홈경기에서 리그 1위팀 오리온을 무려 90대69로 대파하며 위기 탈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연패 탈출과 더불어 SK가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리그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뜻밖에도 신인 빅맨 이대헌(1m96)이 있었다.

이대헌은 신인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SK에 입단한 선수다. 동국대 재학시절 에이스였는데, 플레이 스타일이 모비스 함지훈과 비슷해 '보급형 함지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기술의 완성도나 스피드, 슛 정확도에서는 아무래도 '오리지널' 함지훈에 미치지 못했다. 드래프트 7순위로 뽑힌 것만 봐도 그에 대한 프로팀들의 기대치가 크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이대헌이 오리온전에서 보여준 움직임과 팀 기여도는 전혀 '드래프트 7순위'라고 볼 수 없었다. 스스로 빛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를 폭넓게 읽는 눈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패스와 수비 기여도로 팀 승리에 톡톡히 기여했다. 중요한 건 이런 이대헌의 활약상이 문경은 감독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거둔 뒤 문 감독은 팀내 최다득점을 올린 사이먼(22득점, 9리바운드)이나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며 활약한 박승리(18득점 5어시스트)보다 이대헌에 대한 칭찬을 더 많이 했다. 문 감독은 "사실 이대헌이 이승준이나 이동준 김민수에 비해서는 높이나 운동 능력 등이 떨어진다. 하지만 공수에서 팀 플레이 이해도는 높다"면서 "특히 3쿼터 때 사이먼에게 골밑 패스를 하는 장면은 나도 보고서 좀 놀랐다. 그 장면으로 오늘 이대헌이 나에게 많은 어필을 했다"고 칭찬했다.

문 감독이 언급한 이대헌의 '패스'는 3쿼터 초반에 나왔다. 전반을 44-37로 약간 앞선 채 시작한 SK는 3쿼터 초반부터 3분간 10득점을 했다. 오리온에는 4점만 허용하며 점수차를 확 벌렸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이대헌이었다. 이대헌은 3쿼터 9분37초 때 3점슛 라인 바깥에서 골밑에 있던 사이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넣었다. 사이먼은 손쉽게 득점을 성공했다. 이어 이대헌은 다음 공격 기회에서도 상대 수비가 골밑으로 몰리는 것을 보고 스펜서에게 패스해 3점슛을 이끌어냈다. 그리고는 또 다음 공격에서는 스크린에 이은 속임 동작으로 공간을 만든 뒤 직접 득점에 성공했다. 연속 7득점이 이대헌으로 인해 만들어진 셈이다. 문 감독이 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신인 선수의 활약은 완전히 믿을 순 없다. 조금 더 오랜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상대에 따라, 또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루키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러나 이대헌이 오리온전만큼 꾸준히 팀 기여도를 높여간다면 분명 성공적으로 루키시즌을 보내게 될 듯 하다. 물론 그런 일이 이어진다면 SK 역시 획기적인 반전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이대헌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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