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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곰곰히 짚어볼 문제.
동부는 시즌 전 지명한 단신 외국인 선수 다 터커가 돈을 더 많이 주는 중국행을 택했다.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결국 그의 팀 동료 라샤드 제임스를 급하게 수급했지만, 또 다시 퇴출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웬델 맥키니스를 영입,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2명의 외국인 선수를 갈아치운 뒤 대체 외국인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을 보고 농구계에서는 "운이 매우 좋다"고 한다. 사실 과거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 어지러웠던 동부는 다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큰 부작용을 겪고 있는 팀은 전자랜드다. 야심차게 안드레 스미스를 데려왔다. 운동능력은 평범하지만, 농구를 매우 쉽고 간결하게 하는 선수다. 유도훈 감독은 "클러치 상황에서 득점력이 분명 있는 선수다. 그 뿐만 아니라 숨겨진 장점으로 수비를 알고 한다. 도움수비의 타이밍과 상대 맥을 짚는 패싱 레인 차단 등에 상당히 도움이 됐던 선수"라고 아쉬워했다. 전자랜드는 장신 센터 허버트 힐을 데려왔다. 힐은 분명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다.
SK는 데이비드 사이먼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팀 성적 뿐만 아니라 플레이 수준 자체가 급격히 하락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김선형의 공백, B 플랜의 부재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팀의 근간이 되어야 할 주전 센터가 '개점 휴업' 상태다. 전력과 경기력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LG는 민망한 수준이다. 리딩과 득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카드로 맷 볼딘을 지목했지만, 부상을 당했다. 결국 브랜든 필즈를 거쳐 대이비온 베리를 데려왔지만, 여전히 팀은 혼란스럽다. 김종규와 트로이 길렌워터라는 골밑의 안정적인 듀오가 있지만, 팀은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팀에 맞지 않지만, 더 적합한 선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데리고 있는 팀들도 있다.
8일을 기준으로 외국인 선수를 바꾸지 않거나 부상을 입지 않은 팀은 오리온, KCC, 삼성, kt 등 네 팀이다. 모두 6강에 들어가 있다. 반면 외국인 선수의 부상과 교체를 겪었던 4팀은 모두 7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강력한 대체선수였던 아이라 클라크를 입도선매한 모비스와 시즌 전 부상으로 프랭크 로빈슨을 대체, 마리오 리틀을 데려와 후유증을 최소화한 KGC를 고려해 보자. 외국인 선수로 인한 희비쌍곡선은 극에 달한다. 시즌 성적이 사실상 외국인 선수의 건강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1주일 간의 트라이아웃에서 외국인 선수의 내구성과 건강까지 체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큰 문제는 '수요자(10개팀)'의 선택의 폭이 극히 좁다는 점이다. 한결같이 10개 팀 관계자는 "대체 외국인 선수는 데려올 선수가 없다. 팀에 맞지 않은 선수를 데려올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이같은 푸념은 외국인 선수 2명 보유 1명 출전의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장, 단신으로 나뉘어진 올 시즌 시스템에서 그런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를 도입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명확한 이유는 팀 전력의 수준을 높히기 위해서다. 경기력을 극대화시킨 뒤, 농구 팬에게 가장 좋은 플레이로 최대의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공자왈 맹자왈' 같지만, 이 원칙은 잊어서는 안된다.
반문해 보자. 그럼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시스템은 이 원칙에 얼마나 적합할까.
외국인 선수가 팀에 들어올 때 경기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좋은 기량의 외국인 선수와 그와 함께 팀 조직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푹 고아야 진국이 나오듯', 함께 많이 뛰어야 완성된 플레이가 나온다.
따라서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트라이아웃은 이 원칙에 적합한 외국인 선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게다가 장, 단신을 구분하면 가뜩이나 좁은 '선택의 폭'이 바늘구멍이 된다. 당연히 지금같은 '수요(10개구단)'에 비해 '공급(외국인 선수)'이 턱없이 모자라는 극심한 불균형의 사태가 나온다. 결국 외국인 선수의 기량 뿐만 아니라 팀의 완성도도 떨어진다.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더 나아가 양질의 지도자를 구분하기 힘들다. 철저한 준비 속에서 땀의 결과가 성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어지러운 외국인 선수 시스템에서 '누가 외국인 선수를 잘 뽑나', '어떤 대체 외국인 선수가 팀에 적합할까'와 같은 '운'의 요소가 많이 개입되기 때문이다.(사실 예전 외국인 선수 2명 뛸 때, 이런 현상들이 많이 나왔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면적인 자유계약제로 전환하면 된다. 훨씬 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의 모범적인 루틴과 기술을 국내 선수가 배울 수 있다. 또 구단 입장에서도 대체 외국인 선수를 마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플랜을 세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팀은 스카우팅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농구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인 요소다. 배구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들어오면 더욱 화제가 될 수 있다.(물론, 토종 선수의 보호를 위해서 현 시스템과 같이 2명이 뛰는 것은 곤란하다.) 게다가 B 플랜을 마련하기도 쉽다. 부상당할 것을 대비, 팀에 적합한 몇몇 대체선수 리스트를 미리 준비하면 된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가 장기간 뛸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많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KBL의 핵심 의결기구인 이사회(총재, 두 명의 이사, 감사, 그리고 10개 구단 단장)는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자유계약제를 하면 더 비싼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 부담을 느끼는 몇몇 구단의 단장들이 여기에 대해 극심한 반대를 한다. 프로는 투자를 하는 팀이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하는데, 프로농구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농구 팬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은 '값싼 서비스'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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