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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어에 대한 '만수'의 고집, 그 의미는?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1-08 08:29


모비스 유재학 감독. 사진제공=KBL

지난해 12월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 모비스전은 두고두고 회자될 경기다.

19점 차의 열세를 딛고 모비스가 대역전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나는 찰나, 3점차로 앞서 있던 모비스 전준범은 자포자기 심장으로 골밑슛을 하던 헤인즈의 팔을 쳤다. 결국 보너스 원샷을 줬다. 헤인즈가 자유투를 실패하면서, 모비스는 1점 차의 승리를 거뒀다. 후폭풍은 상당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초등학생도 안하는 플레이"라며 전준범을 질책했다. 이날 전준범은 실시간 검색어 6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워낙 '전준범 자유투'의 인상이 강렬했다. 그런데, 경기 전반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모비스의 2-3 지역방어였다.

지난 시즌 모비스의 2-3 지역방어는 변형 매치업 존이었다. 앞선 2명, 뒷선 3명이 선 상태에서 상대가 공을 끌고 오면 자기 수비구역 끝까지 밀어준 뒤(지역방어에서 흔히 공격자를 수비체크할 때 '밀어준다'는 표현을 쓴다) 다시 밸런스를 잡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식이다. 즉, 수비 형태는 자기의 구역을 수비하는 존 디펜스였지만, 실제적으로 공격자가 느끼는 부분은 맨투맨 비슷했다. 필연적으로 지역방어는 가운데가 약점이 되지만, 당시 수비폭이 넓은 빅맨 라틀리프의 수비 때문에 쉽게 좋은 찬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라틀리프의 넓은 수비폭을 극대화하면서, 문태영과 당시 2번(박구영 전준범)의 맨투맨 수비 약점을 메우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날 SK는 모비스의 지역방어를 사정없이 깨뜨렸다. 모비스는 뒷쪽 날개에 위치한 문태영이 제대로 밸런스를 잡지 못하면서 SK에 많은 득점을 허용했다. 이날 3점포 7개를 성공(9개 시도)한 박상오의 슛 감각이 워낙 좋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쯤되면 지역방어를 '해제'할 만하다. 하지만 유 감독은 경기내내 존 디펜스를 고수했다. 1대1 마크 시 내외곽을 휘젓는 헤인즈가 지역방어에는 공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헤인즈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지난 5일 고양에서 열린 오리온전을 보자. 모비스는 또 다시 지역방어를 선택했다. 물론 헤인즈 때문이다. 올 시즌 모비스의 지역방어는 좀 다르다.

변형 3-2 드롭존(앞선 3명, 뒷선 2명이 서는 3-2 지역방어에서 3점슛 중앙에 선 선수가 골밑으로 떨어지는 '드롭'을 하는 형태의 지역방어)이다. 골밑에서 공격자가 공을 잡았을 때 급격히 떨어져 더블팀을 노리는 기존의 3-2 드롭존(동부와 SK가 사용했었다)과 달리, 공의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떨어지면서, 드리블러를 견제하는 방식. 필연적으로 사이드에 많은 찬스가 나지만, 모비스는 강한 조직력과 앞선의 뛰어난 활동력을 통해 약점을 최소화했다.

오리온은 2쿼터 중반까지 모비스의 지역방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공격의 중심이 되어야 할 헤인즈는 1쿼터 10득점을 올렸지만, 팀동료들에게 시너지 효과가 전달되지 못했다. 2쿼터 초반에는 여러차례 자유투 부근에서 골밑으로 전달되는 패스가 끊어지면서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기민했다. 조 잭슨을 투입했고, 양쪽 사이드에 효율적인 패스가 투입, 허일영을 중심으로 3점포가 터지기 시작했다. 경기 후 추 감독은 "모비스의 지역방어에 대한 대비책을 설정하고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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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지역방어의 기본적 약점인 양쪽 코너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골밑에서 적절한 스크리너를 배치했다. 양쪽 사이드를 마크해야 할 수비수가 스크린에 걸리면서, 결국 허일영 문태종의 오픈 찬스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유 감독은 계속 지역방어를 고집했다. 그는 이런 부작용을 모르고 있었을까.

경기 전 유 감독은 "지난해 12월 SK와의 경기에서 지역방어를 고집한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지역방어의 부작용이 나온다고 해도, 대인방어를 펼쳤을 때 받는 데미지보다 적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농구의 '기회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클러치 순간에 NBA의 패턴은 기본적으로 에이스에게 맡기는 것이다. 어떤 필살의 패턴보다 에이스의 1대1 테크닉으로 득점할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가 가장 편하고 확률높은 상황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꼼꼼히 배치한다. 공간을 만들어주고, 스크린을 통해 그의 공격성공확률을 1%라도 올린다. 그러나 기본은 에이스의 공격이다.

흔히 '미스매치'를 이용한다. 넓은 관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높이나 스피드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는 수비수가 있으면, 그쪽으로 공을 몰아준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구에서 '기회비용'을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모비스의 가장 큰 약점은 수비였다. 주전 라인업을 보면 문태영과 슈팅가드 자리가 취약했다. 문태영은 느렸고 체력적 부담이 있었다. 박구영과 전준범이 돌아가면서 맡은 2번 자리는 맨투맨 수비능력이 떨어졌다. 즉, SK나 오리온과 같이 포워드 층이 풍부한 팀이 미스매치를 활용했을 때, 모비스 수비라인은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결국 맨투맨을 버리고 변형 지역방어를 계속 선호하는 이유다.

유 감독은 오리온과의 경기 전 "지역방어는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치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팀 구성을 볼 때 지역방어가 훨씬 더 유리한 경우들이 있다"고 했다. 팀 승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됐다. 여기에는 철저한 비 시즌의 준비와 경기 전 상대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녹아들어가야 한다.

결국 유 감독의 지역방어 고집은 특정 상대를 만날 때 어떻게 하면 가장 승리 확률을 높일까라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이날, 모비스 지역방어를 깬 주역은 헤인즈가 아니라 조 잭슨이었다. 침착한 패싱과 현란한 개인기로 모비스 수비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 과정에서 모비스 수비의 혼란도 있었다. 연습 전 사이드 방어를 위해 스크린에 걸리면 안된다는 주의를 받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결국 이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모비스는 대인방어로 바꿨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유 감독은 오리온전에서 완패한 뒤 "결과적으로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 지역방어가 더욱 상대를 괴롭힐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이 말은 단지, 지역방어를 늦게 바꿨다는 의미가 아니다. 매치업 상 어차피 대인방어를 택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가 됐을 확률이 높다. 사령탑으로서 나온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더불어 '만수'의 지역방어 고집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 시즌이 끝난 뒤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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