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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끝난, 아시아 괴물 하다디 봉쇄령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0-01 17:54


이란 하다디(가운데)가 1일 골밑 돌파를 시도하는 팀 동료 아파그에게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 김종규를 몸으로 막고 있다. 사진제공=FIBA.

김동광 대표팀 감독은 "서로를 잘 안다"고 했다. 아시아 최강 이란과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팀 한국. 객관적인 전력상 높이를 앞세운 이란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지만,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때부터 비슷한 멤버로 수차례 맞대결을 펼친 터였다. 그래서일까.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는 양 팀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나란히 설욕할 이유도 분명했다. 기 싸움에서부터 밀리면 안 됐다. 이란은 1년 전 한국에 패해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그쳤다. 한국은 최근 존스컵에서 1.5군으로 구성된 이란에 대패를 당했다. 상대를 자극해 멘탈을 흔들려는 의도는 한국도, 이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한국은 하다디를 봉쇄해야 기적이 가능했다. 하다디를 직접 흔들든, 다른 선수를 공략하든 몸으로 부딪히며 멘탈을 무너뜨려야 하는 처지였다.

경기 초반부터 조성민과 이란 선수가 붙었다. 1쿼터 2분 여가 지난 시점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려는 조성민이 상대와 함께 코트에 쓰러졌다. 그러자 이란은 벤치에 있던 선수까지 코트로 우르르 달려 나와 험악한 장면을 연출했다. 오른 검지를 입에 갖다 대며 욕하지 말라는 조성민이 베테랑답게 대처했다.

2쿼터에는 하다디가 최준용에게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한국은 쿼터 6분30여초전 하다디를 맨투맨으로 막던 이승현이 발목을 접 질러 휠체어에 실려 나갔다. 이후부터는 이종현과 최준영이 하다디를 둘러싸며 강한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하다디는 2쿼터 2분7초전 최준용을 밀치며 오른 주먹을 들어 올렸다. 최준용에겐 테크니컬 파울이, 하다디에게는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이 주어졌다.

하지만 끝내 하다디는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에만 더블더블을 완성하는 등 25분 36초를 뛰며 18점에 14리바운드를 잡았다. 무엇보다 승부가 갈린 3쿼터에서 존재감이 컸다. 45-29이던 6분30여 초전 엘리웁 덩크슛, 원핸드 덩크슛을 잇따라 내리꽂았다. 미국프로눙구(NBA) 출신다운 공격력이었다.

여기에 하다디는 패싱은 물론 동료의 득점을 돕는 스크린까지 완벽했다. 이날 한국은 하다디에게 공이 몰리면 두 세 명이 에워쌌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럴 때면 하다디는 외곽으로 공을 빼줬다. 시야가 넓었다. 또 동료가 돌파를 시도하는 순간에는 우리 빅맨들의 협력 수비를 차단하며 공간을 열어줬다. 워낙 신체조건이 좋아 한국 선수들은 옴짝달싹 못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그의 포스트업을 효율적으로 막던 힘 좋은 이승현의 부상이 아쉬웠다. 3쿼터 중반 5반칙으로 퇴장당한 최준용의 존재도 그리웠다. 대회 전 하승진이 부상으로 낙마하며 높이가 낮아진 한국. 잘 싸웠지만 하다디 봉쇄령은 실패로 끝났다.

창사(중국 후난성)=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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