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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국가대표 이승현의 재발견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0-01 09:53



절치부심한 '두목 호랑이'는 정말 무섭게 변했다.

이승현(23·1m97)은 늘 '최고'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다. 용산중과 용산고, 고려대 시절까지 소위 농구를 알고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표팀 승선은 쉽지 않았다. 3차례나 상비군에 뽑힌 뒤 정작 최종 명단에는 이름이 빠졌다. 2012 런던 올림픽 최종 예선, 2013 필리핀 아시아선수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 이를 갈며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업이 일품이다. 남다른 투지는 물론 중거리슛도 정확하다. 그런데 대표팀에서는 쓰임새가 애매했다. 골밑에는 하승진, 김주성, 오세근 등이 버티고 있는 탓에 외곽에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3점슛이 없었다. 유재학 감독도 "이승현이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선 3점슛을 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외곽 수비도 좋지 못했다. 아시아 무대를 보면 중국, 이란은 상대가 스크린 플레이를 할 때 스위치 디펜스를 가동한다. 미스 매치가 발생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기술과 자신감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 특히 이승현과 김종규, 이종현 등 어린 선수들이 전혀 대비가 안 됐다. 필리핀과 같은 빠른 선수들을 만나면 번번이 당했다.

하지만 결국 이승현은 자신의 경쟁력을 키웠다. 3점슛을 장착했고, 외곽 수비력이 좋아졌다. 협력 수비로 빠른 선수를 막는 요령까지 생긴 단계다. 이 때문에 유재학 감독은 "이승현처럼 열심히 하는 선수는 드물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박수를 보냈다. 김동광 대표팀 감독도 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최종 명단에 그의 이름을 넣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김 감독은 골밑과 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그의 능력을 높이 샀다.

그리고 33번을 단 이승현은 한풀이 하듯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는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 당 평균 11.3점에 3.7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양동근에 이어 가장 눈부신 성적을 찍고 있다. 패했지만 끝까지 시소 게임을 펼친 카타르전이 대표적이다. 38분을 뛰면서 19점에 6리바운드를 잡았다. 경기 후반에는 높은 슛 적중률을 보이며 사실상 공격을 주도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번 대회 3점슛 성공률이 42.9%(6/14)다. 양동근, 조성민 등이 있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많지 않지만 던지면 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경계심을 상대에게 확실히 심어줬다. 또 중동 선수들을 상대로도 힘에서 밀리지 않으며 자신감도 얻은 듯 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시아선수권을 치르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국가대표를 이끌어 갈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독기 품은 이승현은 정말 무섭게 성장했다.

창사(중국 후난성)=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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