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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훈 선수 인터뷰가 처음인 안정환(27·창원 LG 세이커스)은 많이 낯설어했다. 질문의 절반 이상이 군관련 질문이었다. 안정환은 상무(국군체육부대)가 아닌 일반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상무 출신으로 LG 주장인 선배 김영환도 깜짝 활약으로 팀 승리에 크게 공헌한 안정환에게 관심이 쏠린게 신기한 듯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안정환은 프로농구 경기가 처음 열린 경기도 화성시에서 스타가 됐다.
LG는 이날 경기에 큰 의미를 두었다. 저변 확대 차원에서 중립지역인 화성시에서 홈 경기를 개최했다. 연고지인 창원시의 양해를 구하고 모험을 한 것이다. 만약 패하기라도 했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질 수 있었다. LG 구단으로선 '리스크'가 큰 시도였다. 그런 경기에서 3연패를 끊는 승리에 좋은 시도였다는 호평 그리고 깜짝 스타 안정환까지 얻었다.
안정환은 마산고-명지대 출신으로 대학시절까지만 해도 외곽슛만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김 진 LG 감독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점슛만 보고 안정환을 선택했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휴식시간에 짬을 내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농구 골대가 있어 슈팅을 하면서 감각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일반병으로 2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농구가 더욱 절실해졌다. 휴가를 받아 나왔을 때 농구를 맘껏하고 복귀하기까지 했다.
올해 초 군제대한 그는 LG 구단과 상의한 끝에 일찍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 숙소에 들어갔다. 모두가 2014~2015시즌을 마치고 휴식에 들어갈 무렵, 안정환은 거의 혼자 코트에 나가 하루 수 천개의 슈팅을 던졌다고 한다. 농구가 하고 싶었던 안정환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 안정환에게 2015~2016시즌 KCC 남자농구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포지션에 있는 이지운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기승호가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김 진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안정환을 투입했다.
김 진 감독은 "안정환은 3점슛의 정확도는 우리 팀에서 이지운과 함께 가장 좋다. 아직 경기 흐름을 잘 읽지 못하고, 수비가 붙었을 때 슛을 쏘는 부분은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아직 완성형의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 오픈 찬스에서의 3점슛 능력은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는 지난 17일 원주 동부전에서 20점을 몰아치면서 농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 경기를 본 다수가 "농구판에도 안정환이 있네. 3점슛 하나는 쓸만하다"고 평가했다.
안정환은 KGC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프로 입단 이후 가장 많은 32분48초를 뛰면서 3점슛으로만 24점을 몰아쳤다. 한마디로 농구를 시작한 후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뷰실에 들어온 그는 "모든 게 처음이라 얼떨떨하다"고 했다.
김 진 감독은 당분간 안정환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줄 예정이다. 그는 "안정환을 크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상대 수비가 안정환을 좀더 밀착 수비할 것이다. 그걸 극복하는게 안정환의 다음 과제일 것이다.
화성=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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