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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이 남자 프로농구 및 유도 등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 수사를 네달 넘게 해왔다. 이미 언론을 통해 수사 선상에 올라있거나 한 차례 이상 경찰 조사를 받았던 선수들의 이름이 공개돼 파문이 확산됐다. 조사를 받은 선수 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안재욱(동부) 장재석(오리온스) 김현민(kt)의 실명이 알려졌다. 또 현 국가대표 김선형(SK)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일찍 실명이 공개되면서 농구계의 불안이 고조됐다.
경찰은 이 피의자들에게 두 가지 법 잣대를 적용시키려고 하고 있다. 하나는 국민체육진흥법이다. 그 법의 제26조(유사행위 금지)와 제30조(체육진흥투표권 구매 제한)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제26조에는 누구든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이외의 유사한 걸 통해 도박을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도록 명시돼 있다. 제30조 2항을 보면 체육진흥투표권(합법 스포츠토토) 발생 대상 운동경기의 선수 감독 코치 심판 및 경기 단체 임직원은 구매 알선하거나 양도받지 못하게 돼 있다. 이걸 위반시 똑같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또 하나는 형법 제246조(상습 도박)다. 이 조항을 보면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상습으로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경찰 수사가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한 건 상당히 오래 전 사건이고 또 그 혐의를 입증하려고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자들의 진술과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자료 준비를 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선수들의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고, 또 다른 일부는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전현직 농구 선수는 10명 정도다. 유도 등 다른 종목까지 합치면 20명에 육박한다. 경찰은 이중 다수의 선수들이 프로팀에 오기 전인 대학 또는 상무 시절에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댄 정황과 물증(계좌 추적 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혐의 선수 마다 불법을 저지른 시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로인해 공소시효 적용이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KBL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경우 공소시효 5년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일부 혐의 선수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을 했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5년 이전 일이라 법적 처벌이 힘들 수 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 하고 그 결과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내용과 증거 자료를 보고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양경민 케이스
사법 당국과 달리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KBL은 경찰과 검찰의 조치를 보고 난 후 후속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혐의자들에 대한 법적 판단이 먼저다. 그 다음 KBL 자체 징계가 뒤따른다. KBL 상벌 규정 제24조를 보면 '농구와 관련된 체육진행투표권을 구매했을 경우' 견책부터 제명까지 줄 수 있게 돼 있다. 이 규정을 적용할 경우 처벌의 수위가 하늘과 땅 차이로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KBL은 사법당국의 법적 판단에 따라 KBL 차원에서의 처벌 수위를 경우에 맞게 새로 정해야 할 것 같다. 이미 농구계에선 "승부조작이 아니라면 아마추어 시절 한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해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중징계는 조심스럽게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댄 건 분명히 잘못이다. 하지만 앞선 축구와 야구 배구에서 터진 승부조작 사건과 이번 건은 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농구계에선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2013년 9월 승부조작 사건으로 실형(징역 10월에 추징금 470만원)이 확정된 후 KBL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앞서 2005년 양경민(전 TG삼보)의 경우 지인을 통해 스포츠토토(합법)를 구매한 사실 때문에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했다. 그로인해 약식 기소, 벌금 100만원을 냈다. 당시 KBL은 양경민에게 36경기 출전 정지 및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내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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