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제퍼슨과 체력, 그리고 이대성[PO미리뷰]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3-17 11:15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2014-2015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LG와 오리온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제퍼슨이 오리온스 허일영의 마크를 넘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일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12.

고양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의 2014-2015 프로농구 경기가 3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모비스 문태영이 이대성이 오리온스 이승현을 피해 문태영에게 패스를 하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2.31/

천신만고 끝에 LG가 4강에 올랐다. 숨 돌릴 틈없이 곧바로 정규리그 1위 모비스와 맞붙는다.

LG는 하루 쉬고 경기를 한다. 오리온스와의 5경기까지 고려하면 무려 6게임 째 퐁당퐁당(하루 쉬고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한다.

1차전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평정심을 잃은 데이본 제퍼슨과 LG의 체력, 그리고 모비스의 함지훈과 이대성이다.

'양날의 검' 데이본 제퍼슨

제퍼슨은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흔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3차전부터 그랬다.

오리온스는 '패자'가 됐지만, 제퍼슨 봉쇄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외곽에서 이승현이 밀착마크한 뒤 드리블을 치고 골밑공격을 시도하는 찰나에 골밑에 있는 길렌워터와 라이온스가 협력하는 방식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2차전 막판부터 제퍼슨의 체력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골밑의 강한 결정력을 자랑하는 선수인데, 경기 막판 팀동료를 활용해 패스를 내주는 모습에서 그런 점을 느꼈다"고 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도 동의한 부분이다.

워낙 빡빡한 일정이기 때문에 제퍼슨의 체력이 극적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모비스의 수비 조직력을 감안하면 다양한 형태로 그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변수는 끊임없이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집중력 떨어진 모습이다. 실제 그는 4차전에서 쓸데없는 파울로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스크린을 걸어주면서 과도한 동작으로 파울을 받았고, 거기에 항의해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5반칙 퇴장을 당한 이후에도 LG 김 진 감독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벤치로 향하기도 했다. 5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런 불만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경기 중반 무리한 플레이와 실책을 잇따라 범하며 분위기를 오리온스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팀의 절대적 에이스인 그가 6강전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모비스에게 승산은 없다.

떨어진 체력, LG 1차전 전략은

LG는 제퍼슨 뿐만 아니라 베스트 5 대부분이 체력적 부담을 가지고 있다. 일단 문태종이 있다. 그는 5차전에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19득점, 야투율 75%. 12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슛이라는 엄청난 반전을 이뤄냈다. 5차전은 한마디로 제퍼슨이 망친 경기를 문태종과 김시래가 구해낸 경기였다. 이 부분은 LG의 저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체력부담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김시래 김종규 역시 현 시점에서 35분 이상을 베스트 컨디션으로 뛰기는 쉽지 않다.

물론 체력조절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있다. 1가드-4포워드 시스템을 사용한 오리온스와 달리 모비스는 기본적으로 2가드 시스템이다. 때문에 오리온스와의 6강전에서 중용되지 못했던 유병훈 정창영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양동근을 묶었던 양우섭도 있다. 결국 김시래와 문태종, 그리고 김영환의 체력조절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김종규다. 그를 벤치에 앉히면 문태종이 4번 역할을 해야하고, 김영환도 들어가야 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LG 김 진 감독 입장에서는 1차전에 어느 정도의 선까지 총력전을 펼칠까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모비스는 초반 기선만 제압한다면 예상보다 쉽게 1차전을 '접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LG처럼 6강에서 혈투를 벌인 팀은 4강 1차전에 '변칙 용병술'을 많이 쓴다. 주전들의 체력을 최대한 조절, 2차전을 대비하겠다는 의미. 1차전에서 총력을 기울였다가, 자칫 2차전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 하지만 실제적으로 1차전은 양팀에 장, 단점이 있다. 기다린 모비스의 경우 실전감각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오프 분위기를 익혀야 하는 부담도 있다. 반면 LG의 경우 5차전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팀 사기와 경기력은 매우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다. 이 부분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1차전에 총력전을 펼치고, 2차전을 '변칙 용병술'로 가는 것이 1승1패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

함지훈과 이대성

오리온스와 LG의 4차전이 끝난 뒤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 때 유 감독은 "함지훈과 이대성이 괜찮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부분은 많은 의미가 있다.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모비스의 전력은 불완전했다. 핵심은 양동근과 리카르도 라틀리프 외에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문태영이 있다. 1대1로 막을 수 없는 개인기의 마스터다. 하지만 양동근과 라틀리프가 핵심을 굳건히 잡아주지 않으면 문태영은 덩달아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규리그 내내 판정에 대한 불만 때문에 집중력과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

이런 약점을 메울 수 있는 부분이 함지훈과 이대성이다. 모비스는 지난 2년간 정규리그에서 자신들의 약점을 메웠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강한 전력으로 상대를 압박, 2연속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난 2년동안의 의미있는 과정이 올해는 없었다. 함지훈은 경기 기복이 심했고, 이대성은 부상 여파로 인해 부진했다. 때문에 유 감독은 항상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은 쉽지 않다"고 계속 말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컨디션이 올라온다는 의미는 모비스가 통합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올라간다는 점과 정비례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