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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창진 KT 감독 "요즘 자존심 상한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2-10 06:15


◇전창진 kt 감독. 스포츠조선 DB

전창진 kt 감독은 요즘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지난 9일 KGC전에 앞서 전 감독은 옛날 얘기를 했다. "TG삼보 시절엔 구단이 힘들어 어떻게든 팀을 꾸려가려 애를 썼고, 원주 동부 시절엔 성적도 냈다. 동부에 있을 때 구단과 늘 좋은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스트레스에 직면하지는 않았다. 한데 요즘은 나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주 과로로 입원했다 복귀했다. 상태는 생갭다 심각했지만 재빨리 손을 쓴 덕택에 금방 건강을 회복했다.

전 감독을 힘들게 하는 것은 본인 말대로 자존심이다. kt구단은 전 감독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 올해로 계약이 끝나지만 재계약하겠다는 기조는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구단 최고위층의 최종 결정이 있어야 하지만 한번도 '전창진 없는 kt'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전 감독은 "이런 현실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kt는 정말 좋은 팀이다. 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금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팀을 강화시키려 애를 쓴다. kt감독은 복받은 자리다. 사실 여기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돌아보면 화가 난다. '참 쪽팔린다.' 이런 저런 얘기가 들린다. 몇몇 선배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얘기도 들었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전창진'이가 대단하진 않아도 '와서 막 밀어내면 밀려나는' 존재는 아니었다. 우승한 지 오래됐다. 감독은 우승을 해야 힘이 생긴다. kt에서 우승을 해야할 시간들이 흘러가는데 붙잡지 못하고 있다. 내가 참 우스워 보이는 이런 현실이 싫다"고 했다. kt 사령탑을 놓고 농구계에선 말들이 많다. 몇몇 감독 출신 유력 농구인들이 kt구단 고위층에 줄을 대고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전창진 감독 후임자리를 노린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 감독 또한 지인을 통해 이런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도 성적을 내지 못한 자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전 감독은 "허 재 감독이 며칠 전에 연락이 와서는 '어렵더라도 전 감독님은 버텨야 된다'고 하더니 본인이 덜컥 내려놓더라. 농구 감독은 멋져 보여도 그리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다. 억대 연봉을 그냥 줄리 있느냐"고 했다. 지난 9일 KGC전에서 전 감독은 4쿼터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지만 81대86으로 패하는 팀을 하염없이 지켜봤다. 때로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간혹 벤치에 몸을 기대며 특유의 방관자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6위 전자랜드에 2.5게임 뒤진 7위. 6강 플레이오프 희망이 아직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전 감독은 이미 초월한 모습이다.

"오늘(9일) 오전에 훈련을 했다. 선수들에게 '6강도 좋고, 우승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농구인생은 정말 길다. 1분 1초에 집중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선수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꼴찌에 머물러 있는 이상민 삼성 감독이 허재 감독의 자진사퇴 사실을 전화해 알려주고, 자신은 자칫 잘못하면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병원신세를 졌던 일련의 일들이 전 감독을 웃게 만들었다.

2002년 TG 삼보 사령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여 첫 6시즌 동안 3차례나 정상을 밟았던 '농구의 신'. 2009년부터 KT로 자리를 옮겨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며 꼴찌였던 kt를 5시즌 동안 4번이나 4강으로 이끄는 탁월한 지도력도 과시했다. 플레이오프 최다승(41승) 기록은 현존 최고 감독인 유재학 모비스 감독(40승)을 능가한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은 꽤 지쳤다며 고개를 떨군다. 농구 감독, 정말 '극한 직업'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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