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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식스맨 유병훈, 전게임 출전 비결은 근성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1-15 11:22


2014-2015 프로농구 인천전자랜드와 창원LG의 경기가 27일 인천삼삼체육관에서 열렸다. LG 유병훈이 전자랜드 레더의 수비사이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1.27/

주전 선수의 역할을 분담하면서 '베스트 5'에 살짝 가려있는 벤치 멤버 중 베스트. 주전선수에 비해 화려함은 덜해도 '좋은 식스맨' 없이 '좋은 성적'은 없다. 리드할 때 좋은 흐름을 이어주고, 처져있을 때 분위기를 살려주는 게 식스맨의 일이다.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맛깔나는 음식에 꼭 필요한 '소금', 딱 그런 존재다.

남자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의 식스맨 유병훈(25). 세이커스 사람들은 포인트 가드 유병훈을 '베스트 5'가 아니었는데도 2013~2014시즌 정규리그 우승 주역 중 한명으로 꼽는다. 고비 때마다, 힘이 필요할 때 데이븐 제퍼슨과 문태종, 김종규, 김시래 등 주축 선수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울산 모비스, 서울 SK 나이츠와 함께 '3강 전력'이라고 했던 LG는 전반기 내내 고전했다. 주득점원인 문태종의 컨디션 난조, 제퍼슨의 부상에 3라운드에서 김종규까지 오른쪽 발목을 다쳐 6주간 전력에서 빠졌다. 경기력 편차는 있었지만 유병훈은 14일 현재 35경기, 팀이 치른 전 게임에 출전했다. 지난 시즌에 경기당 평균 15분34초를 뛰었는데, 올해는 19분43초로 크게 늘었다. 경기당 기록도 4.39득점-2.2어시스트에서 5.54득점-2.3어시스트로 좋아졌다.

지난 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남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전에서 유병훈은 20득점-5어시스트-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시즌 첫 3연승의 출발점이 됐던 바로 그 경기다. 유병훈은 풀타임 맹활약을 펼치며 93대84 승리에 기여했다. 프로 첫 풀타임 출전이었다. 이제 '베스트 5'에 가까워진 식스맨 유병훈이다.

13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유병훈은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패한 후 아쉬움을 얘기했다. 그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데, 내가 조금 더 잘 했더다면 우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자책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풀리거나 경기력이 마음에 안 들면 운동으로 스
남자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의 유병훈이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 구단 박물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러닝으로 땀을 흘리고, 슛 연습을 한다고 했다.

김 진 감독은 유병훈을 '근성이 있는 선수', '재능이 있는 선수', '자신에게 화를 낼 줄 아는 선수'라고 했다.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전력 분석 영상 자료가 나오면 집요하게 분석하고 파고들고, 복기한다. 의문점이 생기면 코치, 전력분석원을 찾아가 묻고 또 묻는다. LG 관계자는 유병훈이 구단 버스로 이동할 때도 농구공을 손에 놓지 않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귀뜸했다.

출전 시간이 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고민이 있고, 숙제가 있다. 김 진 감독으로부터 공수전환 때 느리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신속하게 흐름을 따라가야하는데, 움직임이 빠르지 못해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

유병훈은 "감독님이 속공을 중시하고 빠른 수비 가담, 적극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게 많다.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감독님이 원하시는 수준의 10% 정도 밖에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진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발이 느린 편인데 많이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이 개선되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지구력이 좋지만 순간적인 파워, 움직임이 조금 떨어져 포인트 가드로 쓰고 있는데, 부담이 줄어서 그런지 잘 맞아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유병훈이 처음 농구공을 잡은 건 수원 매산초등학교 3학년 때다. 축구키드 꼬맹이들을 모아놓고 학교 농구부 코치가 농구공을 던져줬다. 마음껏 놀아보라고 했다. 처음해보는 농구인데도 농구재미에 푹 빠졌다. 그리고 어느날 체육관으로 불러 찾아갔더니, 거기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이 준비돼 있었다. 또래보다 키가 월등히 큰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농구와 인연이 시작됐다. 직접 골을 넣을 때보다 딱 맞는 패스가 골로 이어질 때 더 희열
서울SK와 창원LG의 2014-2015 프로농구 경기가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LG 유병훈이 3쿼터 종료직전 3점슛을 성공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잠실학생=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26/
이 컸다고 한다.

수원 삼일중 2학년 때 프로농구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했던 소년, 당시 수원을 연고지로 하고 있던 삼성의 외국인 선수 CJ 헌터에 열광했던 유병훈은 프로팀의 주축 선수가 됐다. 그는 프로선수가 돼 가장 좋은 점이 늘 받기만 했던 가족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모비스의 선배 양동근. 약점을 기가막히게 잡아내 파고든다고 했다. 처음에는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지만 이제 해볼만하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처럼 전 게임 출전이다. 부상없이 모든 경기에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체력 관리, 부상 관리가 관건이다. 시즌중에는 속탈이 날까봐 날 음식, 유제품은 입에 대지 않는다.

유병훈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꼭 털어내겠다.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팀이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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