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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선수의 역할을 분담하면서 '베스트 5'에 살짝 가려있는 벤치 멤버 중 베스트. 주전선수에 비해 화려함은 덜해도 '좋은 식스맨' 없이 '좋은 성적'은 없다. 리드할 때 좋은 흐름을 이어주고, 처져있을 때 분위기를 살려주는 게 식스맨의 일이다.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맛깔나는 음식에 꼭 필요한 '소금', 딱 그런 존재다.
지난 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남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전에서 유병훈은 20득점-5어시스트-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시즌 첫 3연승의 출발점이 됐던 바로 그 경기다. 유병훈은 풀타임 맹활약을 펼치며 93대84 승리에 기여했다. 프로 첫 풀타임 출전이었다. 이제 '베스트 5'에 가까워진 식스맨 유병훈이다.
13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유병훈은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패한 후 아쉬움을 얘기했다. 그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데, 내가 조금 더 잘 했더다면 우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자책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풀리거나 경기력이 마음에 안 들면 운동으로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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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시간이 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고민이 있고, 숙제가 있다. 김 진 감독으로부터 공수전환 때 느리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신속하게 흐름을 따라가야하는데, 움직임이 빠르지 못해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
유병훈은 "감독님이 속공을 중시하고 빠른 수비 가담, 적극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게 많다.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감독님이 원하시는 수준의 10% 정도 밖에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진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발이 느린 편인데 많이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이 개선되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지구력이 좋지만 순간적인 파워, 움직임이 조금 떨어져 포인트 가드로 쓰고 있는데, 부담이 줄어서 그런지 잘 맞아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유병훈이 처음 농구공을 잡은 건 수원 매산초등학교 3학년 때다. 축구키드 꼬맹이들을 모아놓고 학교 농구부 코치가 농구공을 던져줬다. 마음껏 놀아보라고 했다. 처음해보는 농구인데도 농구재미에 푹 빠졌다. 그리고 어느날 체육관으로 불러 찾아갔더니, 거기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이 준비돼 있었다. 또래보다 키가 월등히 큰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농구와 인연이 시작됐다. 직접 골을 넣을 때보다 딱 맞는 패스가 골로 이어질 때 더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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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일중 2학년 때 프로농구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했던 소년, 당시 수원을 연고지로 하고 있던 삼성의 외국인 선수 CJ 헌터에 열광했던 유병훈은 프로팀의 주축 선수가 됐다. 그는 프로선수가 돼 가장 좋은 점이 늘 받기만 했던 가족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모비스의 선배 양동근. 약점을 기가막히게 잡아내 파고든다고 했다. 처음에는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지만 이제 해볼만하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처럼 전 게임 출전이다. 부상없이 모든 경기에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체력 관리, 부상 관리가 관건이다. 시즌중에는 속탈이 날까봐 날 음식, 유제품은 입에 대지 않는다.
유병훈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꼭 털어내겠다.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팀이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