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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2-3 매치업 존은 상당히 까다롭다.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상대팀이 격파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은 조금 다르다. 유 감독은 지난 SK와의 2경기에서 계속 이 전술을 고집했다. 12월 31일 오리온스전에서도 후반 승부처에 사용,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과연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은 도대체 어떤 전술일까. 왜 일반적인 지역방어와 달리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걸까.
●모비스 2-3 매치업 존의 특징
2-3 지역방어에 대인방어가 섞인 개념이다. 전통적인 2-3 지역방어는 앞선에 2명, 뒷선에 3명이 선 뒤 할당된 지역을 맡는 존 디펜스다. 하지만 2-3 매치업 존은 수비수들의 서는 위치는 같지만, 수비할 때 할당지역에 들어온 공격자를 그 지역 안에서 맨투맨 형식으로 따라붙는 방법이다.
존 디펜스는 팀원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러나 매치업 존은 더욱 세밀한 조직력이 필요하다. 표면적으로 지역방어지만, 그 지역안에서는 또 다시 맨투맨으로 변환하는 두 가지의 모습을 지니기 때문이다.
모비스의 매치업 존을 살펴보면, 2-3의 수비 포메이션을 맹목적으로 신봉하지 않는다. 수비수 앞에는 공격자가 있다. 그런 원칙이 숨어있다. 때문에 공격자의 위치에 따라서 1-2-2나 3-2로 자유롭게 변형된다. 결국 전통적인 지역방어에서 나오는 외곽의 오픈 찬스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지역방어의 가장 큰 약점은 두 가지다. 일단 수비수가 겹칠 수 있다. 이 부분은 3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비스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약점을 최소화한다.
또 하나는 자유투 부근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백이다. 이 부분은 골밑에 있는 라틀리프나 클라크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며 커버한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세부적으로 좀 더 특징적인 부분들이 있지만, 2-3 지역방어와는 다른 점이 많다"고 했다.
●매치업 존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농구에서는 특정 패턴을 오래 쓰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공수를 거듭할 수록 적응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즌 전체를 볼 때 2~3라운드에 한 번씩 팀은 공수 패턴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 경기 안에서도 그렇다. 지역방어를 오래 쓰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12월17일 SK전이었다. 당시 모비스는 전반 한 때 19점 차까지 뒤졌지만,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전준범 자유투 사건으로 가려졌지만, 매우 인상적인 전술이었다. 당시 전반전 SK는 하이-로 게임(빅맨 2명이 자유투 부근과 림 부근에 서서 2대2 공격을 하는 방법)을 두 차례나 성공시켰다. 이쯤되면 2-3 매치업 존을 모비스가 포기해야 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계속 고집했다. 4쿼터 박상오가 3점슛 5개를 집어넣었지만, 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유 감독은 "전반전은 수비실수가 있었고, 후반에는 박상오의 슛감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실제 전반 양 사이드의 함지훈과 문태영의 커버가 늦어졌기 때문에, SK는 쉽게 골밑을 공략했다. 반면 3쿼터부터 SK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오리온스도 마찬가지였다. 추일승 감독은 매치업 존을 쓸 때마다 전정규 성재준 등 슈터들을 투입했지만, 좀처럼 오픈 찬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점은 좀 특이하다.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은 공격이 적응하는 게 아니라 수비가 오히려 공격을 점점 잡아먹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결국 2-3 매치업 존의 약점은 빠른 패스와 개인의 능력, 그리고 공격 조직력이 좋은 팀을 만나면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 결국은 지역방어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의 숙련된 조직력이 없다면 오픈찬스를 만들기 너무나 까다롭다. 때문에 준비없이 순간적으로 적응하긴 쉽지 않은 전술이다.
매치업 존의 또 다른 약점도 있다. 경기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비스는 매우 빠르면서도 많은 수비 로테이션을 돈다. 체력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모비스가 오리온스와 SK에게 변형전술을 쓰는 이유가 있다. 두 팀은 강력한 포워드진을 가진 팀이다. 모비스 역시 함지훈 문태영 등이 있지만, 양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문태영은 수비에 약점이 있고, 함지훈은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대인방어로 두 팀의 풍부한 포워드진을 제어하긴 쉽지 않다. 모비스가 2-3 매치업 존을 꺼내든 또 다른 이유. 이제 SK와 오리온스의 반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