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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모비스 2-3 매치업 존의 숨겨진 비밀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1-01 08:09


12월 31일 오리온스전에서 나온 모비스 2-3 매치업 존이다. 수비수가 공격수 한 명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3-2 지역방어 형태로 변화된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수비수가 서 있는 자리가 아니라, 공격수에 따라 수비지역이 유기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사진캡쳐=SBS스포츠

모비스 2-3 매치업 존은 상당히 까다롭다.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상대팀이 격파하기도 쉽지 않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난적 SK와 오리온스전에서 메인 수비전술로 썼다. 지금까지 지역방어가 수비의 메인 전술로 사용된 것은 너무나 특이한 일이다.

대인방어가 기본, 여기에 지역방어는 양념처럼 사용했다. 약점이 명백히 보이는 전술이기 때문에 상대팀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정도로만 인식됐던 게 사실.

하지만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은 조금 다르다. 유 감독은 지난 SK와의 2경기에서 계속 이 전술을 고집했다. 12월 31일 오리온스전에서도 후반 승부처에 사용,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과연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은 도대체 어떤 전술일까. 왜 일반적인 지역방어와 달리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걸까.

●모비스 2-3 매치업 존의 특징

2-3 매치업 존이란 용어 자체가 '하이브리드'다.

2-3 지역방어에 대인방어가 섞인 개념이다. 전통적인 2-3 지역방어는 앞선에 2명, 뒷선에 3명이 선 뒤 할당된 지역을 맡는 존 디펜스다. 하지만 2-3 매치업 존은 수비수들의 서는 위치는 같지만, 수비할 때 할당지역에 들어온 공격자를 그 지역 안에서 맨투맨 형식으로 따라붙는 방법이다.

존 디펜스는 팀원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러나 매치업 존은 더욱 세밀한 조직력이 필요하다. 표면적으로 지역방어지만, 그 지역안에서는 또 다시 맨투맨으로 변환하는 두 가지의 모습을 지니기 때문이다.


모비스의 매치업 존을 살펴보면, 2-3의 수비 포메이션을 맹목적으로 신봉하지 않는다. 수비수 앞에는 공격자가 있다. 그런 원칙이 숨어있다. 때문에 공격자의 위치에 따라서 1-2-2나 3-2로 자유롭게 변형된다. 결국 전통적인 지역방어에서 나오는 외곽의 오픈 찬스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지역방어의 가장 큰 약점은 두 가지다. 일단 수비수가 겹칠 수 있다. 이 부분은 3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비스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약점을 최소화한다.

또 하나는 자유투 부근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백이다. 이 부분은 골밑에 있는 라틀리프나 클라크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며 커버한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세부적으로 좀 더 특징적인 부분들이 있지만, 2-3 지역방어와는 다른 점이 많다"고 했다.

●매치업 존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농구에서는 특정 패턴을 오래 쓰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공수를 거듭할 수록 적응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즌 전체를 볼 때 2~3라운드에 한 번씩 팀은 공수 패턴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 경기 안에서도 그렇다. 지역방어를 오래 쓰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12월17일 SK전이었다. 당시 모비스는 전반 한 때 19점 차까지 뒤졌지만,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전준범 자유투 사건으로 가려졌지만, 매우 인상적인 전술이었다. 당시 전반전 SK는 하이-로 게임(빅맨 2명이 자유투 부근과 림 부근에 서서 2대2 공격을 하는 방법)을 두 차례나 성공시켰다. 이쯤되면 2-3 매치업 존을 모비스가 포기해야 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계속 고집했다. 4쿼터 박상오가 3점슛 5개를 집어넣었지만, 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유 감독은 "전반전은 수비실수가 있었고, 후반에는 박상오의 슛감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실제 전반 양 사이드의 함지훈과 문태영의 커버가 늦어졌기 때문에, SK는 쉽게 골밑을 공략했다. 반면 3쿼터부터 SK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오리온스도 마찬가지였다. 추일승 감독은 매치업 존을 쓸 때마다 전정규 성재준 등 슈터들을 투입했지만, 좀처럼 오픈 찬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점은 좀 특이하다.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은 공격이 적응하는 게 아니라 수비가 오히려 공격을 점점 잡아먹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결국 2-3 매치업 존의 약점은 빠른 패스와 개인의 능력, 그리고 공격 조직력이 좋은 팀을 만나면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 결국은 지역방어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의 숙련된 조직력이 없다면 오픈찬스를 만들기 너무나 까다롭다. 때문에 준비없이 순간적으로 적응하긴 쉽지 않은 전술이다.

매치업 존의 또 다른 약점도 있다. 경기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비스는 매우 빠르면서도 많은 수비 로테이션을 돈다. 체력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모비스가 오리온스와 SK에게 변형전술을 쓰는 이유가 있다. 두 팀은 강력한 포워드진을 가진 팀이다. 모비스 역시 함지훈 문태영 등이 있지만, 양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문태영은 수비에 약점이 있고, 함지훈은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대인방어로 두 팀의 풍부한 포워드진을 제어하긴 쉽지 않다. 모비스가 2-3 매치업 존을 꺼내든 또 다른 이유. 이제 SK와 오리온스의 반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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