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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농구가 일본을 누르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한국은 양동근 김선형 조성민의 스리 가드 시스템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센터진에는 김주성과 이종현이 들어갔다.
기본적으로 움직임 자체가 느슨했다. 일본은 착실한 스크린 플레이와 포인트가드 마코토 히에지마의 적절한 패스로 오픈 찬스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느슨함과 히에지마의 뛰어난 경기조율이 합쳐진 결과.
흐름이 좋지 않았다. 일본의 공격 조직력은 매우 견고했다. 어설픈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다행히 나쁜 분위기를 끊은 것은 양동근이었다. 침착한 2대2 공격으로 직접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두 차례 성공시켰다. 초반 승부처에서 가장 확률높은 득점포를 가동시킨 노련미가 돋보였다.
하지만 또 다시 츠치 나오토에게 2개의 연속 3점포를 허용했다. 스크린에서 나온 자그마한 공간을 놓치지 않고, 오픈 3점 기회를 만든 일본의 탄탄한 조직력이 돋보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빅맨들과 가드진의 스크린 이후 수비 커버의 유기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다시 한번 노출했다.
이종현은 골밑슛과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수비에서 여러차례 허점을 노출했고, 어이없는 패스미스로 속공을 헌납하기도 했다. 1쿼터 2분21초를 남기고 오세근과 문태종이 코트에 들어갔다. 조성민은 3점포를 성공시킨 데 이어 오세근과 2대2 플레이로 골밑슛을 어시스트했다. 결국 18-20, 2점차 뒤진 채 1쿼터가 끝났다. 일본의 공격 조직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1쿼터.
●2쿼터=유키의 플로터, 김태술의 반격
일본은 계속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3-2 드롭존으로 수비를 바꿨다. 하지만 일본은 미세한 외곽의 허점을 노렸다. 나오토의 3점슛 2개가 터졌다. 또 하나, 야전사령관 마코토의 기량이 만만치 않았다. 스크린을 받은 뒤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골밑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공급했다.
그런데 한국은 힘으로 맞섰다. 김종규가 터프한 움직임으로 골밑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중앙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기점으로 골밑 포스트업으로 3점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조성민의 그림같은 숄더 페이크에 의한 김종규의 덩크슛, 오세근의 골밑슛까지 터지면서 한국은 2쿼터 3분59초를 남기고 29-30까지 근접했다.
이때 NBA 서머리그에서 주목받은 토가시 유키(1m67)를 투입했다. 그는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적중률높은 플로터로 서머리그에서 주목받은 선수. 곧바로 그는 가볍게 중앙을 돌파한 뒤 플로터로 한국 상승흐름을 차단했다. 하지만 문태종의 3점포로 동점.
이때 의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김태술이 유키의 드리블을 스틸, 곧바로 속공으로 연결했다. 유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상승세를 꺾어버리는 의미있는 스틸.
역전에 성공했지만, 유키는 이번에도 플로터로 동점을 만들었다. 자신의 기량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슈퍼 플레이. 결국 34-34 동점으로 전반전은 종료됐다.
한국의 초반 방심이 매우 아쉬웠던 전반전이었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3쿼터=이유있는 파울 트러블
3쿼터 초반 한국은 완벽한 상승세였다.
양동근의 3점포와 김선형의 돌파에 의한 연속 4득점. 양동근의 패스를 이종현이 골밑슛으로 연결시켰다. 3쿼터 7분5초를 남기고 순식간에 43-34, 9점차 리드로 끝냈다.
1차 승부처였다. 여기에서 15점 정도의 점수차를 벌린다면 완벽히 기선을 제압하는 상황. 유재학 감독은 풀코트 프레스로 일본을 압박했다.
그런데 이날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은 뭔가 맞지 않았다. 예리하면서도 치열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초반 느슨했던 정신력을 경기 중 다시 정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부작용이 나오는 듯 했다. 필리핀이라는 산을 넘은 한국이 객관적 전력이 열세인 일본을 맞이한다는 안도감이 무의식 중에 배여나온 부작용이다.
2차 승부처인 3쿼터 중반 여전히 절정의 예리함은 없었다. 강한 수비를 했지만, 오히려 파울이 많아졌다. 3쿼터 5분47초를 남기고 나온 조성민의 네번째 파울은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판정콜이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한국은 너무 일찍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일본도 공격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투로 끈질기게 따라왔다.
양 팀 모두 소강상태. 이 과정에서 이종현의 미드 레인지 점프슛과 골밑슛이 나왔다. 매우 중요한 득점이었다. 결국 49-43, 6점 차 리드한 채 3쿼터가 끝났다.
●4쿼터=김선형의 완벽했던 마인드
애매한 상황이었다. 4쿼터 초반 기선 제압은 매우 중요했다. 문태종이 미드 레인지 부근에서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절정에 달한 슛 테크닉. 그러나 이날 문태종의 3점슛 컨디션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김선형이 분위기를 완벽히 제압하는 골밑돌파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차원이 다른 스피드로 수비수를 벗겨내고 이종현에게 어시스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결국 4쿼터 5분28초를 남기고 59-47로 앞서나갔다. 김선형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자신의 풀 스피드를 공수에서 아낌없이 썼다는 점이다. 단기전 팀 입장에서는 이런 마인드는 매우 중요하다. 김선형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그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유재학 감독은 곧바로 양동근으로 교체했다.
일본은 풀코트 프레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다시 마코토 유키를 투입했다. 그런데 일본은 유키와 주전 포인트가드 마코토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어이없는 패스미스가 생겼다. 결국 추격의 실마리를 전혀 잡지 못햇다. 일본의 프레스도 한국의 준비된 패스게임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진천선수촌에서 기본적으로 상대의 풀코트 프레스를 특정 선수의 드리블이 아닌 패스게임으로 푸는 패턴을 장착한 바 있다. 결국 일본은 좀처럼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조성민과 김종규, 그리고 오세근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삼각 플레이가 나왔다.
마지막에는 오세근이 끝냈다. 확실한 골밑플레이로 확률높은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64-53으로 앞선 2분24초. 완벽한 스핀무브에 의한 바스켓 카운트를 얻었지만, 심판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좀처럼 10점 차 이내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종료 59.4초를 남기고 김종규의 화려한 덩크슛이 터졌다. 결승행 축포였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