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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가 일본을 꺾고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 진출했다. 2002년 부산대회 금메달 이후 12년 만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노장 만세, 양동근이 벌리고 문태종이 몸을 던졌다
주장 양동근(33)은 이번 대회에서 팀 공헌도가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전을 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전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4.8득점에 그쳤다. 출전시간도 경기당 14분17초 적었다. 하지만 양동근이 누구인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국내 최고의 베테랑 가드다. 또 우승 제조기로 통한다. 양동근은 3쿼터 초반 순식간에 5득점을 몰아쳤다. 그 바람에 한국이 일본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총 11득점.
3점슛과 골밑
한국이 전반전 고전한 건 일본에 3점슛을 6방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1쿼터 3점슛으로만 12득점했다. 일본 슈터들의 초반 외곽슛의 정확도가 매우 높았다. 대신 한국은 외곽슛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외곽과 골밑을 적절하게 섞어 공격했다. 문태종 조성민 같이 검증된 3점 슈터들만 외곽슛을 던졌다. 오세근 김종규 이종현은 일본의 다케우치 형제(고지 고스케)를 상대로 몸싸움을 하면서 골밑을 파고 들었다. 3~4쿼터에서도 다케우치 형제는 골밑 대결에서 이종현 오세근에게 완전히 밀렸다.
농구는 확률상 먼 외곽 보다는 림 가까이서 던지는 슈팅의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일본은 외곽포가 안 들어가자 개인기를 이용한 골밑 돌파를 시도했다.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 보다 한 수 아래의 팀이었다.
압박과 3-2 드롭존
한국은 1쿼터에 일본에 20점을 내줬다. 3점슛 4방을 맞은 건 전방에서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인방어에서 허점이 보였다. 밀착을 했지만 일본 가드진의 패스워크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노마크 찬스에서 두들겨 맞았다. 대인방어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신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2쿼터 3-2 드롭존으로 재미를 봤다. 장신의 오세근(2m)과 김주성(2m5)을 수비 전위로 끌어올렸다. 이러자 일본 가드들의 패스 속도가 둔해졌다. 또 가드들이 공을 줄 곳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일본은 좀처럼 드롭존을 깨트리지 못하고 고전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1쿼터 열세를 만회하고 전반전을 동점(34-34)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한-일전 같은 심적 부담이 큰 경기에선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또 경기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면서 제 실력이 나오기 마련이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