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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농구 대표팀이 준수한 경기력을 보였다.
한국은 줄곧 앞섰다. 1쿼터부터 문태종(14득점)의 8득점을 앞세워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경기 내내 10점 차 이상의 리드를 유지했다. 12명의 선수를 모두 쓰면서 경기력을 유지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양동근(12득점)과 김태술(5득점)의 안정적인 리딩과 조성민(13득점)의 외곽 공격도 괜찮았다. 김주성(4득점)과 오세근의 몸상태도 좋아졌다. 특히 김주성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노련한 움직임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승패는 의미없었다. 대승을 거뒀지만, 유재학 감독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대만에게는 승리를 거뒀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 어떤 경기력이 나올 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 명의 센터(김종규 김주성 오세근 이종현)가 모두 대만의 센터진에 20개의 파울을 했는데, 기본적인 골밑 자리싸움이 안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대표팀의 객관적인 전력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꽉 짜여진 조직력은 확실히 강렬했다. 대표팀의 빛과 그림자. 이날 나온 9가지 대표적 장면으로 살펴봤다.
12인의 활용
대표팀 초기부터 유재학 감독은 "12명의 로스터 인원을 모두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상황에서 팀 전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전략.
조합 테스트
사실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장,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양희종은 몸싸움과 수비는 좋지만, 공격력이 부족하다. 문태종은 뛰어난 외곽 슈팅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비에서 허점이 있다. 따라서 12명을 모두 활용할 경우,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조합으로 전력을 극대화하느냐다. 따라서 문태종이 나설 경우 수비범위가 넓은 박찬희, 김종규, 혹은 수비 공백이 생길 경우 처리능력이 뛰어난 김주성 이종현 등과 함께 뛰는 것이 플러스다. 이 밖에 여러가지 변수가 많다.
유 감독은 이날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양동근과 김태술의 투 가드를 내세우기도 했고, 김종규와 이종현의 더블 포스트 조합을 내세우며 살펴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다툴 중국, 이란 등과의 맞대결에서는 12명의 선수를 충분히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 작업은 아시안게임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스 & 프레스
12명의 활용은 대표팀의 기본적인 수비전략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체력전이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풀 코트 프레스를 걸었다.
당황한 대만 대표팀의 초반 많은 패스미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1쿼터 한국이 15득점을 할 때까지 대만은 단 2득점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4쿼터 내내 이런 공격적인 수비를 계속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 선수들도 힘들어하긴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끝난 뒤 김주성과 김선형은 "살이 정말 많이 빠졌다"고 했다. 양동근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공격성공률도 떨어진다.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외곽 패턴의 섬세함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은 공격력이다. 포스트에서 1대1 공격에 능한 센터가 없다. 외곽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유 감독은 경기내내 외곽의 섬세한 패턴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기본적으로 더블 스크린을 받은 조성민과 문태종의 3점포. 그리고 약속된 2대2 혹은 3대3 부분 전술에 의해 순간적으로 비는 미드레인지 지역에서의 중거리슛이 주를 이뤘다.
이날 대표팀 선수들은 엄청난 수비활동량을 기록하면서도 준수한 슛 성공률을 보였다. 특히 4쿼터 막판 김선형 문태종 조성민은 폭풍같은 3점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오늘 상대가 대만이라서 이런 성공률이 나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장이 큰 선수들을 만나면 외곽슛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외곽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믿을 수 없는 대표팀의 딜레마. 결국 외곽 패턴의 완성도를 높히는 수밖에 없다.
신경쓰지 않는 문태종 딜레마
문태종은 한국나이로 40세다. 현장에서 지켜본 대표팀의 공수 활동량은 차원이 다르다. 당연히 문태종이 따라잡기는 버겁다.
대표팀에서 문태종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가장 결정력있는 슈터. 게다가 경험과 센스에서 레벨이 다르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구멍이 생긴다. 짜임새 있는 대표팀의 수비 조직력에 약간의 허점이 드러나는 부분. 유 감독은 "감안하고 뛰게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문태종의 공격력을 살리면서, 수비의 약점은 또 다른 전술로 메워야 한다"고 했다.
김주성과 오세근의 부활
대표팀 초반 김주성은 잔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오세근 역시 마찬가지였다. 발목과 발바닥 부상의 여파로 제대로 된 몸상태가 아니었다. 당시 "오세근의 몸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날 김주성은 매우 많이 뛰었다. 게다가 노련함이 넘치는 플레이로 팀동료들의 수비 약점을 잘 메웠다. 2쿼터 1분59초를 남기고 김주성이 상대 가드의 헤지 수비를 효과적으로 하자, 벤치에 있던 유 감독은 박수를 치며 독려하기도 했다. 오세근 역시 팀 적응이 많이 원활해진 모습.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여전히 힘들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범 코치는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허일영의 빛과 그림자
대표팀은 이승현 최준용 최진수 등을 제외하고 슈터 허일영을 데려왔다. 포워드 진의 보강.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포워드진에서의 공격력 보강이다. 그는 장신 슈터다. 뛰어난 높이와 좋은 슈팅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날도 허일영은 2쿼터 깨끗한 3점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적응의 문제가 있다. 쓸데없는 드리블로 스틸을 당했고, 수비에서도 볼이 없을 때 서 있는 모습이 있었다. 유 감독은 "아직 적응이 덜 된 것이다. 공수에서 이제부터 가다듬는 작업을 할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슈팅능력만 극대화하면 된다"며 "대표팀 승선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사실상 포기한 하승진 카드
경기가 끝난 뒤 유 감독은 하승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유 감독은 "짧은 면담이 있었다. 하승진이 아직 몸이 덜 만들어졌고, 허벅지 앞쪽에 부상도 있다고 했다. 결국 하승진의 상태에 대해 국대위에 보고한 상태"라고 했다. 유 감독은 말을 아꼈지만, 하승진이 대표팀에 들어갈 확률은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베일에 가린 1-3-1의 실체
대표팀이 지역한 수비는 프레스가 주종을 이룬다. 여기에 두 가지의 지역방어를 준비했다. 기본적인 2-3와 1-3-1이다. 1-3-1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방식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해 압박과 트랩을 중점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날 4쿼터 중반 두 차례 잠깐 나왔지만, 아직까지 위력을 평가하기는 시기상조.
양동근은 "경기 흐름을 바꿀 때 사용할 것 같다"고 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지역방어를 쓸 때 프레스를 더욱 심하게 붙는다는 사실이다. 프레스를 가한 뒤 2-3와 1-3-1을 서는 형태다. 유 감독은 "우리의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전술"이라고 했다. 용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