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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갑을 확실하게 열겠어요."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우리은행 가드 박혜진에게 18일은 지금까지 농구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다. 앞으로 더 많은 영광의 날들이 돌아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박혜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3~2014 여자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총 96표의 기자단 투표 중 무려 87표를 얻은 압도적인 지지율.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활약 속에 MVP로 선정된 박혜진은 첫 소감을 "아직 모자라는 실력임에도 좋은 상을 받게 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중한 소감과 함께 톡톡 튀는 재치도 엿보였다. 박혜진은 곧바로 "감독님이 오늘만큼은 훈련 휴가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결국 위 감독은 두 손을 교차해 'X'자를 그리며 훈련 취소를 선물했다.
이어진 MVP 인터뷰에서 박혜진은 "어느 정도 MVP에 대한 예상은 했다. 수상 소감도 준비했는데, 막상 상을 받게 되니 긴장해서 말을 제대로 못했다"면서 "이른 나이에 MVP를 받은 부담감도 있지만, 또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즌에 대해 "팀이 정규시즌 우승하는 데 기여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낟. 또 자유투 기록을 세운 것도 뜻깊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책임감이 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혜진은 이어 자신의 성장이 위성우 감독의 부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박혜진은 "고교 시절에는 이기는 것만 알았다. 그러다 프로에 와서 4년간 꼴찌를 했는데,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실수를 해도 창피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 감독님이 오시고 난 뒤에는 여러가지로 많이 변했다. 내 성장의 계기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박혜진은 내친 김에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따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변화는 사실 필요가 없다. 정규시즌 1위를 했던 장점을 살려서 후회없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MVP의 상금은 500만원. 박혜진은 이를 동료들에게 아낌없이 풀 생각이다. "아직 시상식 이후 일정이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내가 지갑을 주도적으로 열어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MVP의 자부심과 동료애가 듬뿍 담긴 미소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