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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신한은행에 패하며 15년만에 플레이오프 탈락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03-09 20:44



남자 프로농구 1위팀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9일에서야 가려졌다.

농구계의 관심이 1위를 다투고 있는 LG와 모비스의 경기 결과에 집중됐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날 안산와동실내체육관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도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일주일 전 우리은행이 1위를 확정지었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3강 플레이오프에 나머지 1개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

4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생명은 3위 KB스타즈에 전날까지 2.5경기 뒤져 있는 가운데 이날 신한은행전을 포함해 3경기를 남기고 있었다. KB는 2경기가 남았다. 삼성생명으로선 잔여 경기를 모두 이기고, KB가 모두 패해야 극적으로 3강에 합류할 수 있는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오는 12일 맞대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생명이 승리를 거둔다면 KB와 마지막에 동률이 됐을 때 상대전적에서 4승3패로 앞서 3강에 오를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우선 이날 신한은행을 꺾어야 했다. 그렇다고 신한은행이 호락호락 승리를 헌납할 상황도 아니었다. 신한은행도 4연승을 기록중인 KB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2위를 확정짓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홈경기를 1번 더 치를 수 있는 2위는 당연히 3위보다 낫다. 물론 승리에 대한 절실함은 삼성생명이 더 컸다. 명절날 'KTX 일반석 티켓'을 이미 확보한 후 기왕이면 '특실'을 구해보려는 신한은행과 비교해 아예 열차 티켓조차 구하지 못한 삼성생명으로선 올 시즌 가장 중요한 1승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망이 강해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은 어쩔 수 없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3일 간격으로 4경기를 치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도 쉽지 않은 일정인데, 매 경기 마치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의 강도와 집중력으로 뛰어야 했으니 체력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커서 베스트 5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크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에도 샤데 휴스턴이 대부분의 시간을 책임질 정도이니, 피로가 누적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6개팀 가운데 선수 활용폭이 가장 넓은 팀이니 대조가 됐다.

이는 이날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똑같은 조건이라도 버거운 상대인 신한은행 선수들의 가벼운 몸놀림을 따라가지 못했다. 1쿼터에서 신한은행은 4개의 3점포를 날리며 26득점을 꽂아넣는 사이 삼성생명은 좀처럼 슛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10득점에 그쳤다. 특히 리바운드에선 4-12로 철저히 뒤졌다. 전반을 마쳤을 때 이미 46-30으로 신한은행의 리드. 이 점수차는 이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신한은행은 단 한번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78대61로 승리하며,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확정지었다. KB스타즈는 신한은행 승리 덕에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반면 삼성생명으로선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2000년 여름시즌 이후 지난 2012~2013시즌까지 19개 시즌(2007년까지 한 해에 여름, 겨울 2개 시즌 개최)동안 계속된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기록이 15년만에 중단되며 농구명가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
안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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