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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농구 1위팀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9일에서야 가려졌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우선 이날 신한은행을 꺾어야 했다. 그렇다고 신한은행이 호락호락 승리를 헌납할 상황도 아니었다. 신한은행도 4연승을 기록중인 KB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2위를 확정짓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홈경기를 1번 더 치를 수 있는 2위는 당연히 3위보다 낫다. 물론 승리에 대한 절실함은 삼성생명이 더 컸다. 명절날 'KTX 일반석 티켓'을 이미 확보한 후 기왕이면 '특실'을 구해보려는 신한은행과 비교해 아예 열차 티켓조차 구하지 못한 삼성생명으로선 올 시즌 가장 중요한 1승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망이 강해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은 어쩔 수 없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3일 간격으로 4경기를 치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도 쉽지 않은 일정인데, 매 경기 마치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의 강도와 집중력으로 뛰어야 했으니 체력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커서 베스트 5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크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에도 샤데 휴스턴이 대부분의 시간을 책임질 정도이니, 피로가 누적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6개팀 가운데 선수 활용폭이 가장 넓은 팀이니 대조가 됐다.
결국 신한은행은 단 한번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78대61로 승리하며,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확정지었다. KB스타즈는 신한은행 승리 덕에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반면 삼성생명으로선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2000년 여름시즌 이후 지난 2012~2013시즌까지 19개 시즌(2007년까지 한 해에 여름, 겨울 2개 시즌 개최)동안 계속된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기록이 15년만에 중단되며 농구명가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
안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