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LG 첫 우승]김진 감독, 하늘이 준 기회 놓치지 않은 승부사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03-09 00:11 | 최종수정 2014-03-09 15:46


LG 세이커스 김 진 감독은 흥분을 잘 하지 않는다. 화도 잘 내지 않는다. 욕도 안 한다. 그래서 코트의 신사로 통한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참는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에게 할 말을 다한다. 조곤조곤 차분하게 말한다. 이게 더 무섭다. 사진제공=KBL

김 진 LG 세이커스 감독(53)은 이번 2013~2014시즌과 함께 계약이 종료된다. 그는 2011년 4월 LG 구단과 손잡았다. SK 나이츠 사령탑에서 중도 하차한 후 1년 4개월여를 야인으로 지내면서 미국 연수까지 다녀온 후 현장으로 복귀했다. 첫 시즌(2011~2012) 7위, 아쉬움이 컸다. 지난 시즌(2012~2013) 8위,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받기 위해 고의로 져주기를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계약 마지막인 이번 2013~2014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김 진 감독에게 이번 시즌은 끝장을 봐야 할 낭떠러지였다. 그는 정식 감독이 된 2001~2002시즌 동양(현 오리온스)을 최하위에서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사령탑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기세를 몰아 2002~2003시즌에도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 승승장구했다. 이때까지가 정점이었다.

2007년 오리온스를 떠나 SK 사령탑에 올랐지만 2009~2010시즌 중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중도사퇴할 때까지 보여준 게 없었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오리온스에서 쌓았던 지도자로서의 명성이 뚝뚝 떨어져 나갔다. '코트의 신사(김 진 감독의 애칭)' 는 야인 생활을 시작했다. 강양택 코치와 미국으로 가서 NBA 명장 필 잭슨 감독을 만났고 경기도 보면서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진 감독은 지난 9월 30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김종규를 잡으면서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가드 김시래, 포워드 문태종, 외국인 선수 제퍼슨에 높이를 보강해줄 토종 센터 김종규까지 데려왔다. 그리고 기존의 기승호 양우섭 박래훈 김영환 등이 버티고 있었다.

이 구슬들을 잘 꿰는 게 김 진 감독이 할 일이었다. 이번 시즌 전, 전문가들은 LG를 우승 후보로까지 보지 않았다. 빅3(모비스 SK 동부) 다음 전력으로 봤다. 4명의 주전이 전부 새로운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LG는 상위권을 달렸지만 전력이 불안했다. 경험이 적은 김시래 유병훈 박래훈 김종규 등이 승부처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고 무너졌다. 김종규도 프로 무대 첫 시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김 진 감독은 이 어린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를 알고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주었다. 다그치지 않았다. 화내지 않았다. 욕하지 않았다.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도 목소리 톤을 낮추고 조곤조곤 선수들에게 주문을 하나하나 다 해줬다. 그리고 머리가 복잡할 것 같은 선수들을 경기 전날 만나서 확실한 임무를 숙지시켰다.

김 진 감독은 시즌 막판 모비스 SK와 사상 유례가 없는 피말리는 경쟁에서 마지막에 웃었다. 지난 2일 SK전에선 문경은 감독과의 벤치싸움에서 승리했다. 7일 모비스와의 사실상 우승 결정전에선 '만수' 유재학 감독을 눌렀다. 9일 KT전 승리까지 놀라운 13연승으로 LG 구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연출했다.

그는 포커페이스에 능하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늘 모범 답안 같은 얘기만 한다. 정규리그 우승으로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바라보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