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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한새의 이순우 구단주(64)는 '디테일(섬세함)'에 강한 리더다.
이 구단주는 선수이건 고객이건 먼저 호의를 베풀어서 감동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만나는 사람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먼저 허리를 숙이는데 익숙하다.
그는 추석과 설에 합숙훈련 때문에 집에 못 가는 선수들의 고향 집으로 선물을 보낸다. 고가는 아니다. 그 선물에 '이렇게 잘 키워서 우리 구단에 보내주신 걸 감사드린다' 식의 짧은 글을 함께 보낸다.
그는 우리은행 농구단의 해체 위기를 온몸으로 막아낸 주인공이다. 1990년대 후반 IMF 위기를 맞자, 우리은행 고위층은 농구단을 없애라고 당시 이순우 인사부장(농구부장을 겸함)에게 지시했다. 이 구단주는 국내 최초의 여자농구팀(우리은행)을 경제난 때문에 해체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판단, 윗사람을 6번 설득한 끝에 팀을 유지시켰다. 당시 설득 논리가 은행이 팀을 포기하면 노조(당시 노조에는 수억원의 자금이 있었다고 함)에서 팀을 끌고 갈 수 있으니 그것 보다는 어렵게라도 구단을 존속시키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이 구단주는 은행 임원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농구단 얘기를 자주 인용한다. 그는 지난 2012~2013시즌 우리은행의 통합 우승 주역 티나 탐슨(WNBA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선수)이 코트에 넘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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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단주는 "스포츠단을 운영해보면 배울 점이 많다. 기업을 끌고 나갈 때 스포츠단에서 느낀 걸 가져오면 너무 쉽게 잘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웬만한 농구 전술이나 선수들의 몸상태를 누구 보다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선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농구단과 연관된 어떤 간부도 위성우 감독에게 주문을 하거나 지시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경기력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감독에게 주고, 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늘 관심을 갖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이기고 지는 건 현장 감독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대신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달려가겠다는 자세다.
우리은행의 2연속 정규리그 우승 뒤에는 이순우 구단주의 사람 중심의 디테일한 리더십이 숨어 있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