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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승 후 3차 연장에서의 석패. 오리온스는 잘싸웠다. 하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몇 번이고 복기가 필요한 아쉬운 패배였다.
단순히 1패를 당해서 아쉬운게 아니다. 일단 연승이 끊어졌다. 여기에 분위기가 한순간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오리온스는 사실 어려운 시험대에 올라있는 상황이었다. 연승 분위기를 이어오던 중 3강 모비스-SK-LG전을 연달아 치르게 됐다. 모비스를 완파했다. 만약 SK까지 잡았더라면 LG전에서도 충분히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됐다면 두자릿수 연승이 계속해서 이어질 분위기였다.
아쉬운 장면을 꼽자면 수도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를 찾자면 결국 숨막히는 승부처에서 냉정히 경기를 풀어갈 선수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포워드 왕국으로 높이와 스피드를 갖춘 오리온스 농구의 마지막 숙제는 가드 포지션이었다.
상대의 전면강압수비에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하프라인을 넘어선 후 상대 수비수 2명이 계속해서 공을 가진 사람을 감쌌는데, 이 똑같은 수비 패턴을 깨지 못하며 스틸을 허용하고 속공 득점을 여러차례 내주기도 했다.
오리온스의 주전가드는 이현민이다. 이현민은 4쿼터 종료 직전까지 훌륭한 경기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문제는 체력과 승부처에서의 경험 부족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신인 한호빈이 이현민의 체력 안배를 위해 출전을 했겠지만 추일승 감독도 플레이오프를 방불케하는 중요한 시점에 함부로 한호빈을 투입할 수 없었다. 그게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어이없는 패스가 나오는 등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연장전 작전타임에서 추 감독이 "이현민, 정신차려"라고 얘기할 정도였지만 이미 승기를 잡을 타이밍을 여러번 놓친 후였다. 결국, 3차 연장 마지막에는 김동욱에게 볼배급을 맡기고 포인트가드 없는 농구를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며 패하고 말았다.
오리온스가 플레이오프에 오른다면 매경기 SK전과 같은 경기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결국, 오리온스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이현민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 분명히 능력이 있는 선수다. SK전 패배가 오히려 이현민과 오리온스에게는 향후 플레이오프를 생각했을 때 좋은 약이 될지도 모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