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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광 감독, 왜 사퇴 카드 꺼내들 수밖에 없었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1-27 17:27 | 최종수정 2014-01-27 17:27



삼성에서의 재도약을 노렸던 노장 김동광 감독(61). 안타깝게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삼성은 27일 김 감독이 최근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의 후임으로는 김상식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해 이번 시즌을 치르게 됐다. 김 감독대행은 기존 이상민 코치 혼자 보좌한다.

결국, 멀어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이 김 감독을 고뇌에 빠뜨렸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마이클 더니건의 부상으로 긴 연패에 빠졌던 삼성은 더니건 복귀 후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중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두 시즌 연속 6강 진출은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무기력해진 삼성이었다. 주축 선수인 이시준과 임동섭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드, 포워드 포지션에서 궂은일을 해주던 두 사람이 빠지자 조직력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또다시 연패가 이어졌다. 그래도 6강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김 감독은 팀 재정비에 나섰다. SK로부터 포워드 김동우를 받아왔고, 동부와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드래프트 1순위 외국인 센터 허버트 힐까지 영입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선택한 힐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다. 힐 합류 후 두 경기 연속 완패하며 8연패의 늪에 빠졌다. 김 감독이 경기 도중 땀을 뻘뻘 흘리며 작전 지시를 해도 선수들의 경기력은 바뀌는게 없었다. 김 감독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선수들은 자신감을 잃었고, 결국 김 감독은 마지막 반전의 카드로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선택을 하게 됐다.

김 감독은 2004년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8년 만인 지난 2012년 4월 삼성 감독으로 재취임했다. 역대 프로스포츠에서 한 번 물러났던 감독이 재취임하는 보기드문 일이었다. 최하위로 떨어진 팀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김 감독의 노련한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필요했고, 김 감독은 지난 시즌 고의 패배 파문으로 농구판이 어지러운 가운데도 끝까지 승부욕을 발휘, 팀을 6강에 올려놓으며 다시 한 번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은 "다시 기회를 준 서울 삼성에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신명을 다했으나 부족함을 통감해 사퇴하기로 결심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해야할 일이라 생각했다"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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