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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개막 후 역대 최다인 9연승 달성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12-08 20:59



'대기록의 희생양에서 주인공으로!'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은 2년전까지만 해도 다른 팀들의 '호구'로 불렸다.

2008~2009시즌부터 시작해 내리 4시즌을 최하위에 그쳤다. 특히 2010~2011시즌에는 5승30패로 승률이 고작 1할4푼3리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통합 챔피언을 달성한 신한은행이 26승9패로 승률이 8할2푼9리였으니 같은 프로팀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당시 우리은행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개막전 우리은행전을 시작으로 시즌 2번째 우리은행과의 경기까지 내리 8경기동안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것. 이는 단일시즌이 시작된 이래 개막 최다 연승 기록이었다. 지난 1958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농구단으로 창단해 올해로 55년째를 맞는 한국 여자농구 최장수팀으로선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부터 3년이 흐른 2013~2014시즌, 우리은행은 '상전벽해'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꼴찌가 아니라 통합 우승을 차지한 어엿한 '디펜딩 챔피언'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았다.

게다가 지난달 10일 라이벌 신한은행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한 이래 지난 6일 하나외환전까지 8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거뒀다. 삼성생명과 똑같은 기록. 그리고 이틀 후인 8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KDB생명을 만났다.

35경기를 치르는 한 시즌에서 1경기에 불과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으로선 남다른 순간이었다. 3년전에는 눈 앞에서 삼성생명의 8연승을 지켜보는 '들러리'였는데, 이날은 반대로 개막 후 최다인 9연승에 도전하는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이 중요성 때문인지,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을 비롯해 우리은행 신입행원 2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최다 연승에 큰 의미는 없다. 긴 시즌의 1경기에 불과하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반면 KDB생명 안세환 감독은 "대기록을 눈 앞에서 줄 수는 없다. 우리은행에게 시즌 첫 패를 안길 때도 됐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1쿼터는 우리은행이 18-17, 1점차의 아슬아슬한 리드로 끝났다. 2쿼터도 중반까지 23-23으로 맞서며 접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역시 강했다. 양지희와 박혜진의 골밑슛이 연달아 터지면서 우리은행은 전반을 33-25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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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쿼터마저 앞선 우리은행은 경기 종료 7분여를 앞두고는 59-42, 한때 17점차까지 앞서기도 했다. 여기서 한채진에게 3점포 2방을 연속으로 맞는 등 승부수를 띄운 KDB생명에 1분여를 남기고 63-56까지 쫓겼지만, 승부는 이미 기울어진 상태였다. 결국 우리은행은 65대60으로 승리, 개막 후 역대 최다인 9연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1위를 독주했다. 10연승에 도전하는 오는 12일 신한은행과 만나기 때문에 시즌 초 최고의 빅매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리은행의 임영희는 18득점-7리바운드, 박혜진은 17득점-6리바운드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들은 3년전 삼성생명전에서도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 스포츠에선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법이다.
춘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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