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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의 희생양에서 주인공으로!'
당시 우리은행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개막전 우리은행전을 시작으로 시즌 2번째 우리은행과의 경기까지 내리 8경기동안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것. 이는 단일시즌이 시작된 이래 개막 최다 연승 기록이었다. 지난 1958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농구단으로 창단해 올해로 55년째를 맞는 한국 여자농구 최장수팀으로선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부터 3년이 흐른 2013~2014시즌, 우리은행은 '상전벽해'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꼴찌가 아니라 통합 우승을 차지한 어엿한 '디펜딩 챔피언'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았다.
35경기를 치르는 한 시즌에서 1경기에 불과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으로선 남다른 순간이었다. 3년전에는 눈 앞에서 삼성생명의 8연승을 지켜보는 '들러리'였는데, 이날은 반대로 개막 후 최다인 9연승에 도전하는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이 중요성 때문인지,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을 비롯해 우리은행 신입행원 2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최다 연승에 큰 의미는 없다. 긴 시즌의 1경기에 불과하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반면 KDB생명 안세환 감독은 "대기록을 눈 앞에서 줄 수는 없다. 우리은행에게 시즌 첫 패를 안길 때도 됐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1쿼터는 우리은행이 18-17, 1점차의 아슬아슬한 리드로 끝났다. 2쿼터도 중반까지 23-23으로 맞서며 접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역시 강했다. 양지희와 박혜진의 골밑슛이 연달아 터지면서 우리은행은 전반을 33-25로 앞섰다.
이날 우리은행의 임영희는 18득점-7리바운드, 박혜진은 17득점-6리바운드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들은 3년전 삼성생명전에서도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 스포츠에선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법이다.
춘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