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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희비, 그럼 마지막은?'
일단 현재까지로선 지난해와는 반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로 골머리를 앓았던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웃고 있는 반면 특급 선수 해리스를 앞세워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던 삼성생명은 좀처럼 외국인 선수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KB국민은행의 모니크 커리이다. 2경기에서 평균 24.5점, 7.5리바운드로 팀을 2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16일 하나은행전에선 3점포 4개를 포함해 무려 29득점을 쓸어담았다. 정확한 외곽포를 갖추고 있지만 돌파 역시 뛰어나다. 최고의 '타짜'라 할 수 있다. 1m82의 단신이지만 농구 센스가 뛰어나 수비에서도 잘 뚫리지 않고 주위 동료를 활용하는 시야도 넓다. 커리가 공격을 주도하는 덕분에 변연하 강아정 홍아란 등 슈터들의 시너지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 합류가 쉽지 않아보이는 센터 정선화의 공백을 빠른 발로 메워주고 있다.
신한은행도 똘똘한 외국인 선수 덕을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뽑은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지 않았고, 대체 선수였던 크라예펠트 역시 기량 미달로 어쩔 수 없이 강영숙 이연화 등 주전 2명을 포함해 KDB생명과 시즌 중 3대3 트레이드까지 단행해야 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서야 합류한 외국인 선수 애슐리 로빈슨과 기존 선수들의 완벽한 호흡은 불가능했다. 한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뽑은 쉐키나 스트릭렌(1m88)과 앨레나 비어드(1m80) 등 2명 모두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스트릭렌은 내외곽을 휘저으며 경기당 26.5점으로 팀 득점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 농구 경험이 있는 비어드는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지만 스트릭렌의 부족함을 메워주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공수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팀 컬러와 잘 맞는다. 만약 이 정도의 실력을 계속 보여줄 경우 7번째 통합우승을 노리는 신한은행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울상이다. 박정은의 은퇴 공백이 눈에 띄는 삼성생명은 로빈슨, 니키그린 등 두 외국인 선수 중 누구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로빈슨은 수비가 괜찮지만, 공격에선 위력적이지 못하다. 니키그린은 공수 모두에서 특징이 없다. KDB생명의 경우 지난 시즌 우리은행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던 노장 티나 탐슨이 늦게 합류한 탓에 기존 선수들과의 팀워크에 한계를 드러내며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과 하나외환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우리은행의 경우 탐슨이 빠졌지만, 지난 시즌 KB국민은행에서 뛰었던 사샤 굿렛이 체중을 감량한 후 골밑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준 덕에 아직까지는 큰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나외환은 지난해 뛴 나키아 샌포드를 다시 영입했지만, 공격에서 여전히 만족감을 못 준다. 모니카 라이트는 16일 KB국민은행전에서 12여분을 뛰며 7득점으로 그런대로 활약을 보여줬지만, ?은 시간에 4파울을 기록할만큼 아직 한국 농구에 낯설다.
물론 이제 2경기씩 치렀을 뿐이다. 또 외국인 선수는 스스로의 기량뿐 아니라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경기를 치러나가면서 희비는 얼마든 바뀔 수 있다. 어쨌든 외국인 선수의 활약과 적절한 활용이 마지막 순위를 가릴 것임은 분명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