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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와!"
유 감독 하면 '만수'라는 상징적인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또 하나 느껴지는 것이 바로 카리스마다. 좀처럼 흥분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면서 어떤 순간에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 성실하지 못하거나 겉멋이 든 선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유 감독은 "감독이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휘둘리기 시작하면 그 팀의 미래는 없다"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선수라면 누구라도 예외가 없다.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전 국가대표팀은 최종 12인의 엔트리 선발 전에 24명의 선수를 먼저 선발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했다. 그런데 한 선수가 러닝 훈련 중 손으로 라인을 터치하라는 지시를 건성으로 듣고, 끝까지 터치하지 않는 모습이 유 감독의 눈에 발각됐다. 그 선수는 즉시 짐을 싸서 선수촌을 떠나야 했다. 유 감독은 "훈련 중 조금이라도 멍한 모습을 보이면 난 바로 체육관에서 쫓아낸다. 그 선수 하나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섭기만 하다고? 사실은 부드러운 남자
그렇다고 유 감독을 무섭기만 한, 그리고 농구밖에 모르는 천생 감독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강렬한 카리스마 속에 따뜻한 모습도 감추고 있는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이기도 하다.
특히, 가족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다. 유 감독은 2000년 아내와 두 자녀를 LA로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았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벌써 13년. 큰 아들 선호군은 벌써 대학을 졸업했고, 딸 선야양도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유 감독은 "예년 같았으면 시즌을 마치고 한 달 정도 가족과 미국에 함께 있었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국가대표 일정 때문에 아들 졸업식이 있던 때 2박3일 일정으로 가족을 만나고 온 게 전부"라고 밝혔다. 그래서 유 감독에게 LA 전지훈련은 남다르다. 시간을 쪼개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상 공과사는 엄격하게 구분한다. 훈련 일정 동안은 철저하게 선수단과 함께 한다. 모든 훈련 일정을 마친 후 숙소에서 40분 거리인 집으로 퇴근해 그제서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8일 연습경기를 마친 후 선수단 회식에 가족을 초대해 식사를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일반 가족과 다름없었다. 특히,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외식을 하는 두 자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유 감독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통신 시설이 좋지 않은 나라에 국제대회를 나가 정말 통화가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족과 통화를 해왔다. 와이프가 중간 역할을 그동안 너무 잘해줬다"며 따뜻한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고, 다그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자식같은 선수들이 잘되기 만을 바래서다. 유 감독은 "선수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유 감독은 "우리 팀은 단 한 번도 남들이 볼 때 좋은 멤버라고 할 수 있던 적이 없었다. 결국,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선수들이 잘하는 플레이 만을 중점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 뿐이었다. 결국 나 때문에 선수들의 창의성이 죽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승리를 거두고, 선수들이 잘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모비스 전력의 절반 이상은 감독의 힘'이라는 평가에도 손을 내저었다. 전략, 전술은 어느 감독이든 다 비슷하다고 했다. 그저, 선수들이 잘 따라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유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만수'라는 별명으로 불러주시는데 들으면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LA=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