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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민-주태수의 수상이 극적이었던 이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4-24 15:23 | 최종수정 2013-04-25 06:53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 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2-2013 스포츠조선제정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MVP를 수상한 모비스 양동근과 올 시즌 영광의 수상자들이 함께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반포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4.24

스포츠조선 제정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MVP와 신인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에 못지 않게 빛나는 선수가 식스맨상과 기량발전상 수상자들이다. 팀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묵묵히 자신들의 기량을 보여준 가치를 인정받는 상이다. 식스맨상은 신인답지 않은 놀라운 기량으로 KGC의 선전을 이끈 최현민, 기량발전상은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둔 올해 전자랜드 골밑의 든든한 수호신으로 거듭난 주태수였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 모두 극적으로 시상식장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 숨은 사연이 있었다.

먼저 최현민은 이날 시상식장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최현민은 시상식이 열리기 전까지 자신의 수상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최현민은 시상식이 열린 24일 이틀 전인 22일 시력교정수술을 받았다. 뒤늦게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최현민은 망연자실 했다고 한다. 최현민이 받은 시력교정수술이 라식 수술이 아닌 라섹 수술. 의사는 눈 보호를 위해 수술 후 1주일간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단다.


2012-2013

스포츠조선 제정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이 24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다. 식스맨상을 수상한 안양 KGC 최현민이 상패를 받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4.24/
대리수상도 가능했다. 하지만 최현민은 신인답게 패기 넘치는 결정을 내렸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받는 큰 상인데, 대리수상으로 의미를 희석시키고 싶지 않았다. 최현민은 구단 관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쓴 채, 시상식장에 들어섰고 식스맨상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을 억누르고 시상대에 올랐다. 그런데 최현민의 선글라스가 없었다. 플레시 세례에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했다. 최현민은 "많은 어르신들이 계시고, 신인이기 때문에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순간적으로 선글라스를 벗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속된 플레시 세례에 너무 지쳤다. 최현민은 시상식 종료 후 열린 포토타임 때는 당당하게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무대에 섰다. 예의도 중요했지만 선수로서 눈을 보호하는 일이 더 시급했기 때문이다.


2012-2013

스포츠조선 제정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이 24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다. 기량발전상을 수상한 인천 전자랜드 주태수가 유도훈 감독에게 상패를 받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4.24/
주태수의 수상도 극적이었다. 주태수는 시상식이 시작된 오전 11시까지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주태수는 시즌을 마친 후 피로를 풀기 위해 태국 푸켓으로 여행을 떠났고, 이날 오전 9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주태수의 소속팀 전자랜드 구단 관계자들은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는 주태수의 말만 들으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운명의 시간. 기량발전상 수상자로 주태수가 호명됐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대리수상자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때 시상식장 출입구가 열렸다. 2m의 거구가 근사한 양복차림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시상대에 오른 주태수는 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는 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주태수는 "열심히 뛰어와 문을 여는 순간 내 이름이 들리더라.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이 될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최현민은 "감독, 코치님과 동료 형들을 대신해 대표로 받은 상인 것 같다"며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소감을 밝혔다. 주태수는 "상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발전한 내 모습을 인정해주셨다고 생각하니 매우 기쁘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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