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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전개될 줄 알았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다소 싱겁게 끝났다.
SK가 정규리그때 보여줬던 무서운 기세를 감안하면 의외의 승부였다. 모비스가 완벽하게 승리하게 된 비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꼽힌다.
'만수' 유재학 감독의 노련미가 으뜸이고, 경험이 풍부한 양동근의 리딩능력, 상대적으로 너무 위축됐던 SK의 경험부족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같은 변수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기록만 놓고 보더라도 모비스가 왜 완승했는지 잘 알 수 있다.
흔히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기본은 리바운드와 턴오버다. 득점력은 그날 컨디션과 개인기량에 따라 기복이 크지만 리바운드와 턴오버는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주요 관건이다.
여기에 자유투로 또다른 기본에 속한다. 자유투는 다른 필드골과 달리 축구의 승부차기나 마찬가지로 주워먹는 골이나 다름없다.
SK는 이들 기본에서 모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리그까지만 하더라도 3가지 기본에서 압도적인 SK였다.
SK는 올시즌 정규리그 54경기 동안 10개 팀 가운데 통산 최다 리바운드(2098개), 최소 턴오버(573개)를 기록한 팀이었다. 자유투 성공률에서는 78.4%로 오리온스(78.5%)와 별 차이도 안나는 2위였다.
반면 모비스는 총 리바운드가 2017개로 순위에서는 2위를 차지했지만 SK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턴오버도 624개로 전체 5위, 자유투 성공률은 6위(71.7%)로 그저 그랬다.
하지만 챔프전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SK가 5점차(71대76)으로 패했던 1차전의 경우 리바운드에서는 33-28로 앞섰지만 턴오버와 자유투에서 무너졌다. SK는 18개의 턴오버로 모비스(10개)보다 8개나 많았고, 자유투 성공률에서도 75%대85%로 크게 밀렸다.
박빙의 2점차(58대60)로 패한 2차전에서는 자유투가 더 뼈아팠다. 2차전 당시 SK와 모비스의 자유투 성공률은 각각 62%, 67%로 별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SK가 24개 가운데 15밖에 성공하지 못한 반면 모비스는 12개 가운데 8개를 성공시켰다. 턴오버 대결에서는 9-15로 1차전의 열세를 뒤집었던 SK다. 허망하게 실패한 자유투 9개 가운데 3분의 1만 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SK는 최대 점수차(55대77)로 패한 4차전에서 기본 3박자를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유투, 리바운드, 턴오버에서 모비스에게 거의 압도적으로 밀렸다. 특히 성공률 56%(18개중 10개 성공)밖에 안되는 자유투는 초반 분위기를 깨는 찬물이었다.
1쿼터에는 박상오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하면서 5점차 근소한 열세에서 추격하는데 힘이 빠졌다. 3쿼터에는 변기훈이 자유투 2개를 연거푸 허망하게 날렸다.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당시 경기 상황에서는 SK의 추격의지를 저감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비스 챔피언의 주역 유재학 감독이 "평소 내가 주문한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호되게 야단친다"고 강조한 이유를 잘 알 수 있는 챔프전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